|
[여수=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머리는 말, 꼬리는 원숭이, 배는 캥거루 주머니를 닮은 어종이 있다. 등에 있는 조그마한 지느러미가 유일한 동력이라 머리를 몸에 직각으로 들고 직립 상태로 헤엄을 친다. 보통 6~10㎝에 불과한 작은 크기로 관상용으로 길러졌지만, 최근에는 식용 약재로 쓰인다. 중국에서 세계 해마 생산량의 80%를 소비하면서 가격도 크게 올랐다. 건조된 해마 1㎏이 150만~200만 원에 거래될 정도로 고급 어종이 됐다. 바다의 ‘작은 말’ 해마(海馬)’얘기다.
노섬 한국해수관상어센터 대표(73·제주대 명예교수)는 ‘해마의 아버지’로 불린다. 2000년대 이후 관상어를 연구했고, 7년 전부터 해마를 집중적으로 팠다. 결국 지난 23일부터 사흘간 열린 ‘2014 해양수산과학기술대전’에서 해마 연구로 우수연구유공자 대상을 받았다. 노 대표는 26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관상용으로만 이용됐던 해마가 이젠 식용으로 가치가 급상승하게 됐다”면서 “부진했던 국내 수산업의 수출 활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에서는 해마를 식용 약재로 먹는다. 해마가 성호르몬 분비를 활발하게 하고, 항노화·항혈전에 효과가 있다는 이유로 인기가 많다.
수요는 급격하게 늘지만 공급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남획으로 멸종 위기에 처해 있을 정도다. 양식이 여간 쉽지 아니기 때문이다. 해마는 어류 중 유일하게 ‘일부일처제’라는 특성을 갖고 있다. 한번 짝짓기 한 수컷과 암컷은 결코 다른 해마에 눈길을 주지 않는다. 먹는 것도 까다롭다. 가늘고 긴 주둥이를 이용해 물을 빨아들인 후 속에 들어 있는 동물성 플랑크톤이나 작은 새우 등을 먹는다. 사료나 죽은 먹이는 잘 먹지도 않는다.
노 대표는 “살아 있는 먹이를 줘서는 대량 생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그간 여러 방식으로 먹이를 주는 실험을 하다보니 16만 마리나 폐사했지만 결국 인공양식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중국 내수 기업의 텃세와 무역 장벽 등으로 수출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에 직접 수출을 시도했지만, 세관 당국의 벽에 막혀 번번이 실패했다. 지난 7월에는 홍콩지사 설립인가를 획득해 우회 수출로를 개척하고 있다. 또 내년 해양수산부 지원을 받아 제주도 해마특화양식협동조합 설립 추진 중에 있다. 제주도를 찾는 중국인을 대상으로 특산품을 판매하겠다는 계획이다.
노 대표는 “평생을 수산양식을 위해 연구해 오면서 해마 양식이 내 마지막 작품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제대로 산업화가 돼서 국내 수산양식이 한 단계 도약할 계기가 될 수 있길 바란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