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6일 국무회의 석상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다. 기존 소득주도 성장을 강조해왔던 문 대통령이 이른바 ‘혁신주도 성장’에 대한 범정부적 차원의 관심을 촉구하면서 대책마련을 주문한 것. 새 정부 출범 이후 소득주도 성장과 공정경제에 대한 활발한 사회적 논의와는 달리 혁신성장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저조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이 사실상 분배 위주의 소득주도 성장론에서 성장과 규제완화에 무게를 둔 혁신성장으로 경제기조의 변화를 시도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부동산정책과 증세 논의 과정에서 이른바 ‘패싱’ 논란에 시달리며 자존심을 구겼던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명실상부한 경제사령탑의 지위를 되찾았다는 분석까지 내놓았다. 김동연 부총리는 현 정부 경제라인 중에 혁신성장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새 정부의 경제철학으로 ‘사람중심 경제’를 화두로 내세우면서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 공정경제 등을 강조해왔다. 다만 새 정부 출범 이후 어수선한 나라 안팎의 사정 때문에 경제정책 추진에 전력을 기울이지 못했다. 조기 대선의 여파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부재하면서 크고작은 혼선이 적지 않았고 취임 초부터 불거진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위협 탓에 차분히 경제문제를 들여다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문 대통은 취임 초부터 소득주도 성장론만큼은 꾸준히 강조해왔다. 국민들의 가처분 소득을 늘리면 소비활성화로 이어져 결국 투자와 생산 증가라는 선순환 효과를 가져온다는 논리다. 실제 새 정부는 출범 이후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아동수당 도입 등이 대표적이다. 수요측면에서 경제적 선순환을 기대한 것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기존 분배정책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기업들로서는 다소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다만 문 대통령이 최근 언급한 ‘혁신성장’은 전통적인 성장론과 가깝다.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이나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가로막는 불필요한 규제완화를 통해 기업들의 투자가 늘어나면 일자리 창출과 국민소득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혁신성장에 대해는 개념이나 구체적인 정책방안을 상대적으로 덜 제시한 측면이 있다”고 아쉬움을 나타내면서 혁신성장에 대한 개념정립, 정책방안, 소요예산, 정책집행 성과와 집행전략의 조속한 마련을 경제부처에 주문했다.
이는 더 이상 혁신성장을 늦출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부의 혁신성장을 뒷받침할 중소벤처기업부의 경우 박성진 후보자의 낙마사태로 수장공백이 여전하다. 또 대통령직속 4차산업 혁명위원회 역시 걸음마 단계를 떼지 못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올해 추경 예산과 내년도 예산안에는 혁신성장을 위한 많은 예산이 배정돼 있다”면서도 “혁신성장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그런 느낌”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이와 관련, “정부가 지향하는 것은 재벌해체가 군기잡기가 아니다”며 “소득주도 성장도 있지만 혁신주도 성장도 있다. 기업이 안심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