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깨고 서명함으로써 러시아와 서방세계간 대립은 더 격화될 전망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즉각 보다 강한 제재를 준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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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미국과 EU가 러시아 고위 인사 등 총 32명에 대한 여행금지와 자산동결 조치를 취한 직후 조약에 서명한 푸틴 대통령은 오히려 “크림은 러시아의 땅이며 러시아와 크림은 떼어놓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으로 러시아 의회와 헌법재판소의 비준이라는 절차가 남아있긴 하지만, 이는 요식행위에 그칠 전망이다. 이미 발렌티나 마트옌코 러시아 상원의장도 이번 주말까지 모든 절차를 마무리짓겠다고 밝힌 만큼 합병은 기정사실이다.
이처럼 러시아가 속전속결로 합병절차를 진행함에 따라 크림반도를 둘러싼 서방권과의 대치 양상은 더욱 위태로워지게 됐다.
이날 곧바로 미국 정부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조약 서명은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러시아의 행보는 우크라이나의 헌법과 주권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국제사회는 크림반도를 러시아의 일부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폴란드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도 “러시아의 불법적인 영토 점령를 전세계가 배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온갖 경고와 압박에도 러시아가 강경 일변도로 나오자 미국과 EU측은 추가적으로 제재 수위를 높이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일단 서방 선진국들은 러시아를 주요 8개국(G8) 회원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로랑 파비우스 프랑스 외무장관은 ”다른 7개 주요 국가들이 러시아만 제외하고 만나기로 했다“며 “러시아의 G8 회원 자격을 정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또 이들은 이미 오는 6월 러시아 소치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G8 정상회의 준비를 위한 예비회담 참여도 유보했다.
바이든 부통령은 “국제사회가 러시아에 더욱 강한 제재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날 미국과 EU가 취한 2차 제재에 대해 서구 언론들이 ‘이빨 빠진 제재’라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만큼 보다 강도높은 경제 제재나 군사 대응까지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유럽 연합군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이 지역에서 군사작전을 감행할 경우 러시아 흑해 함대와의 물리적 충돌도 우려된다.
EU는 오는 20일부터 정상회의를 열어 러시아에 대한 추가 대응조치를 논의하며 다음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서도 크림 사태가 집중 논의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