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젠슨 황 무대된 CES…드러난 韓기업의 현실

조민정 기자I 2025.01.13 05:40:00

''CES 2025'' 주인공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
GDDR 1·2위의 굴욕…적극 구애 전략 필요

[라스베이거스=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올해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5’는 말 그대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의 독무대였다. 황 CEO를 위한 축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는 말 한마디로 인공지능(AI) 등 전 산업을 좌지우지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조민정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그래픽 메모리 GDDR을 생산하지 않는다.” 황 CEO가 기자간담회에서 내뱉은 한 마디가 논란이 된 이유이기도 하다. 엔비디아가 이번 신제품 지포스 RTX 50 시리즈에 미국 마이크론의 GDDR 제품을 사용하는 이유를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GDDR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 2위를 다투는 기업이다. 마이크론의 점유율은 한국 기업들과 2배 넘게 차이가 난다. 특히 삼성전자는 GDDR을 세계 최초로 생산한 기업이기도 하다.

업계 전반에서 논란이 일자 황 CEO는 하루 만에 공식 성명을 통해 “RTX 50에 삼성전자의 GDDR7을 탑재한다”고 밝히며 실언을 정정했지만 큰 충격을 안겼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업계 상위권을 다투는 한국의 대표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한국 기업을 바라보는 글로벌 빅테크 수장의 시선을 확인한 셈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단순 해프닝으로 마무리 짓는 모양새다.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은 “그 안에 어떤 회사의 칩이 들어가는지 디테일까지 황 CEO가 다 외우고 있을 순 없다”고 개의치 않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 기회로 한국도 ‘메모리 1위’라는 위상에만 안주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력만으로 앞서기엔 미국은 ‘팀 아메리카’로 똘똘 뭉치고 있고, 중국의 테크 굴기도 만만치 않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한 주 남짓 남은 상황에서 미국 내 한국의 입지는 어느 때보다 중요한 순간이다. 영업과 마케팅에서도 안주하지 말고 적극적인 세일즈 전략을 펼칠 필요가 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