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폐막 앞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다섯 아역 배우의 마지막 공연 소감
뮤지컬 무대 통해 배우의 꿈 더 커져
"공연 끝나면 다같이 놀러가고 싶어요"
|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주인공 빌리 역을 맡은 심현서(왼쪽부터), 성지환, 천우진, 에릭 테일러, 김현준. 다섯 아이들은 5일부터 7일까지 마지막 무대를 앞두고 있다(사진=신시컴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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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공연이 끝난다는 게 실감이 안 돼요. 마지막 공연 날이 돼봐야 어떤 기분일지 알 것 같아요.”
‘빌리 엘리어트’의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있는 어린 빌리들을 최근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만났다. 아이들은 “처음 무대에 섰을 때는 엄청 긴장됐는데 이제는 익숙해져서 공연할 때마다 신난다”며 해맑게 웃었다. 작년 9월 제작발표회 당시만 해도 떠들썩한 장난꾸러기였던 아이들은 어느 새 들뜬 마음으로 무대를 기다리는 어엿한 뮤지컬배우가 돼 있었다.
작년 11월 28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빌리 엘리어트’는 5개월이 넘는 긴 대장정을 마치고 오는 7일 폐막을 앞두고 있다. 빌리 역을 맡은 다섯 아역 배우 천우진(14)·김현준(13)·성지환(12)·심현서(11)·에릭 테일러(11)는 5일부터 차례대로 마지막 무대에 올라 관객에게 작별을 고한다. 현서를 제외한 네 명의 아이들을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만나 마지막 공연을 앞둔 소감을 들었다.
아이들은 1년 반 동안 실력을 갈고 닦은 ‘빌리 스쿨’을 포함해 2년 가까이 ‘빌리 엘리어트’를 위해 시간을 보냈다. 공연을 위해 오랜 시간을 보낸 만큼 마지막 공연을 앞둔 마음은 아쉬움이 컸다. 에릭과 지환이는 공연이 끝나간다는 게 실감이 안 간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에릭은 “공연 끝난 다음 날에도 엄마한테 ‘우리 공연장 가야지. 지각하면 안 돼’라고 말할 것 같다”며 애정을 나타냈다.
맏형 우진이와 둘째 현준이는 공연이 끝을 향하고 있음을 조금은 실감하고 있었다. 우진이는 “집에 있을 때면 공연이 곧 끝난다는 게 실감이 가더라”며 “그래도 마냥 슬프지는 않다”고 듬직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그동안 한 것도 많지만 못 한 것도 많아 속상하기도 하다”며 “매일 감정이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발목 부상으로 공연을 잠시 쉬었던 현준이는 “부상 때문에 공연을 못한 것이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를 위해 ‘빌리 스쿨’에서 연습하고 있는 다섯 아이들(사진=신시컴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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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난 5개월여 간의 공연은 아이들에게 행복한 경험이 됐다. 처음 무대에 섰을 때는 긴장도 많이 했지만 이제는 능숙하게 공연을 즐기고 있었다. 우진이는 “‘빌리 스쿨’ 때부터 너무 서고 싶었던 무대였기 때문에 공연을 하며 힘들 때도 무너지지 않았다”며 웃었다. 에릭과 지환이도 “공연하는 게 이제는 많이 익숙해져서 떨리지 않고 신난다”고 입을 모았다.
에피소드도 많았다. 에릭은 아찔한 경험을 많이 했다. 복싱 장면에서 빌리의 친구인 마이클의 주먹을 맞아 코피를 흘린 일도 있었다. 연기를 하다 손을 부딪혀 엄지손가락에서 피가 나기도 했다. 지환이는 무대 창문이 안 열리거나 열쇠 소품이 사라져 난처한 상황을 겪기도 했다.하지만 아이들은 무대 경험이 쌓이면서 돌발적인 상황에도 자연스럽게 대처하게 됐다. 잔뜩 신나는 표정으로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영락없는 전문 뮤지컬배우였다.
5개월여 동안 빌리를 연기하며 가장 달라진 것을 물었다. “키가 컸다”는 아이들다운 대답이 돌아왔다. 지난 5개월 동안 다섯 아이들은 공연을 하면서 평균 7~8㎝ 씩 키가 자랐다. 에릭과 지환이는 무려 10㎝나 커 개막 때보다 더 늠름해진 모습이었다. 자신감도 늘어났다. ‘빌리 엘리어트’에 출연하기 전 탭댄스를 주로 췄던 우진이는 “빌리를 연기하면서 발레 트레이닝을 하다 보니 시선도 점점 위를 향하면서 자세가 많이 고쳐졌다”고 말했다.
| ‘빌리 엘리어트’ 첫 공연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는 심현서(왼쪽), 천우진(사진=신시컴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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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있지만 뮤지컬 무대를 향한 꿈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아이들은 앞으로의 꿈으로 ‘뮤지컬배우’를 꼽았다. 무대를 경험하면서 새로운 꿈도 생겼다. 에릭은 뮤지컬배우 말고도 과학자·레고 디자이너·경찰관·소방관 등이 되는 게 꿈이다. 이번 공연을 통해 무대감독이 되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지환이는 영화배우·안무가·연출가·음악감독이 되고 싶다. 요리하는 것도 좋아해서 “배우가 되면 좋아하는 음식을 요리해서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우진이는 연출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현준이는 “그전에는 가수가 되고 싶었는데 지금은 뮤지컬배우가 꿈이다”라며 “뮤지컬배우 겸 가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꿈 많은 다섯 아이들이 공연을 마치고 가장 하고 싶은 것은 함께 신나게 노는 것이다. 아이들은 “빌리들과 함께 여행도 가고 싶고 함께 신나게 놀고 싶다”며 입을 모았다. 지난 2년 동안 연습실과 무대에서 늘 함께였지만 정작 또래들처럼 같이 놀 시간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른이 돼 다시 무대에 설 날을 기다린다. 아이들은 “언젠가 다시 뮤지컬 무대에 서게 되면 우리 모습을 잊지 말고 알아봐주시면 좋겠다”며 웃었다. ‘빌리 엘리어트’는 끝이지만 아이들의 꿈은 이제 시작이다.
|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한 장면(사진=신시컴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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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한 장면(사진=신시컴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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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한 장면(사진=신시컴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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