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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경기도 안산시 반월산단에서 만난 라종원 도금협동조합 부장은 화관법에 대해 이 같이 토로했다. 반월산단에는 금속가공을 주로 하는 중소기업 100여개가 모여 있고, 이중 공정 과정에서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금속처리업체들이 절반을 차지한다. 모두 화관법 적용 대상이지만 이들 중소기업은 비용·인력 등의 문제로 법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라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이날 부로 환경부의 화관법 위반사항 자진신고 기업에 대한 처벌유예 기간이 종료한 만큼 앞으로 현장에서 더 큰 파장이 예상된다.
화관법은 유해화학물질 취급 기준을 강화한 법으로 2015년 1월부터 시행 중이다. 안전기준을 기존 79개에서 5배 이상인 413개로 늘린 것이 골자다. 환경부는 다음 달부터 현장점검을 통해 허가 없이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업체들을 고발 조치할 예정이다. 적발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영세한 중소기업 입장에선 이 같은 엄격한 법 기준을 따라가기 힘든 상황이다. 유해화학물질 취급업체가 영업허가를 얻으려면 △장외영향평가 △취급시설 검사 △전문인력 채용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러나 절차마다 많게는 수천만원의 비용과 수개월의 시간이 소모된다. 라 부장은 “화관법처럼 제조업을 옥죄는 법은 업계에서 일한 지 23년 만에 처음”이라면서 “대기업이 충족하는 시설기준을 중소기업에 똑같이 들이대면 어떻게 맞추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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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을 적용하거나 환경친화적인 물질을 사용하는 데에도 화관법은 걸림돌이 된다. 부산의 도금업체 C사는 선박 엔진에 들어가는 부품을 ‘무연납’(Pb Free) 도금 방식으로 변경하려고 했으나 화관법 때문에 결국 포기했다. 공정 원료를 바꾸면 또 장외영향평가를 거쳐야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중소기업들 대부분은 걱정이 크다. 이상오 한국표면처리협동조합 전무는 “화관법이 정한 기준 413개를 다 지키려면 중소기업들은 사실상 공장을 새로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채운 서강대 교수(전 중진공 이사장)는 “산업 현장에서 안전 기준이 높아질수록 중소기업은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중소기업이 규제나 법에 점진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의 완화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경부의 한 관계자는 “화관법은 ‘최소한 이것만은 지키자는 것’이었다”며 “5년의 유예기간을 줘 기업이 충분히 준비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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