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선캠프 경제2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공정위 체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지금처럼 공정위 체제로 문제가 해결 안 될 때는 전속고발권 폐지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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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 분야 법 위반 행위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 수사가 가능하도록 한 제도다. 불법을 명확히 가르기 어려운 경제 사안에 곧바로 형사처벌하면 경제에 미칠 후유증이 크다는 우려에 따라 일종의 ‘허들’을 만든 게 제도 취지다.
전속고발권이 전면 폐지되면 어떤 기업에 6개 법률(공정거래법, 하도급법, 대규모유통법, 표시광고법, 가맹사업법, 대리점법) 관련 위법 혐의가 있을 때, 누구나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경찰 또는 검찰에 해당 기업을 고발할 수 있다.
앞서 공정위가 ‘4대강 담합’ 사건 관련자들을 고발하지 않으면서 ‘봐주기 의혹’이 불거졌고,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정위 고발 없이도 검찰이 직접 수사·기소를 할 수 있도록 공정거래법을 개정하려고 했지만, 지난해 이른바 ‘추미애·윤석열 갈등’ 당시 당내에서 검찰 견제 필요성이 제기돼 전속고발권은 유지됐다.
이에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 7월18일 기자회견에서 “전속고발권 이름으로 처벌도 못하니까 (기업에서) 몇 명만 로비하면 고발도 못하게 막을 수 있는 것을 고쳐야 한다”며 “공정위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위 인력도 얼마 안 되는데 그걸로 무슨 조사를 하나”며 “대통령이 되면 지방정부도 공정거래 조사를 할 권한을 주겠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당시 공정위가 삼성 웰스토리 부당지원에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정현호 사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하지 않자, 이재명 캠프 내에서는 공정위 조사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정 사장이 개입했다는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지만, 이재명 캠프 내에서는 전속고발권 등 공정위 권한에 대한 전반적 재검토에 착수했다.
주 교수는 “감시·감독을 엄격하게 하고 징벌적인 처벌을 해야 한다”며 “기업이 징벌적 처벌의 부담 때문에 일감 몰아주기 등 위법 행위 자체를 포기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각한 문제는 작은 처방으론 해결 못한다”며 “전속고발권 폐지 등 과감한 개혁이 있어야 뿌리 깊은 기업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 교수는 ‘소송 남발로 인한 경제 위축, 중복조사 후유증, 검찰 권한 비대화’ 등 전속고발권 폐지 우려에 대해 “검찰개혁에 따라 검찰의 힘이 많이 빠진 상태”라며 “검찰 권력의 남용 문제를 가중시킬 것 같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전속고발권을 폐지해도 검찰조차도 경제권력·재벌에 소극적인 수사를 할 것 같아 우려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