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심은 인천항만공사가 건설업자의 자격이 없는 등 도급인이 아닌 단순 건설공사 발주자라 판단해 안전조치 의무가 없다고 봤지만, 대법원은 공사가 갑문 정기보수공사에 관한 높은 전문성을 확보하는 등 실질적인 관리자로서 안전조치 의무를 수행해야 할 위치에 있다고 판단했다.
최 전 사장 등은 지난 2020년 6월 인천 중구 인천항 갑문에서 진행되던 보수공사의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사망사고가 나게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당시 인천항 갑문을 수리하던 A씨는 18m 아래로 추락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1심은 최 전 사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 했다. 아울러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인천항만공사 법인은 양벌규정에 따라 벌금 1억원이 선고됐다.
1심은 “최 전 사장은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안전조치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당시 두 아이의 아버지인 근로자가 갑문 상부에서 하부 바닥으로 추락해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결과불법을 야기했다”며 “갑문 하부 바닥으로 추락한 망인은 자신의 주검마저 온전히 보존하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최 전 사장은 근로자 사망의 책임을 모두 하청업체에게 떠넘기고 공사에도 잘못이 없다며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더 나아가 최 전 사장과 공사는 피해 근로자의 유족들을 위로하거나 합의한 사정도 전혀 보이지 않아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하지만 2심의 판단은 달랐다. 2심은 인천항만공사가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이 아닌 건설공사 발주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죄를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시 말해 추락사 방지 등의 안전조치 의무를 할 위치가 아니라는 것이다.
2심은 “공사는 강구조물공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건설업자의 자격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국가가 자본금의 절반 이상을 출자한 법인으로서 건설산업기본법 제9조 제3항에 따라 건설업 등록을 신청할 수도 없으므로 위 공사업에 대한 시공자격을 갖출 가능성이 없다”며 “갑문 보수공사를 직접 시공할 수 있을 정도의 인력이나 전문성을 갖추고 있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의 판단이 잘못됐다며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산업안전보건법의 형사책임을 부담하는 도급인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도급 사업주가 자신의 사업장에서 시행하는 건설공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 예방과 관련된 유해·위험요소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관리 권한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공사는 항만 핵심시설인 갑문의 유지·보수에 관한 전담부서를 두고 있으면서, 갑문 정기보수공사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산업재해의 예방과 관련된 유해·위험 요소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관리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며 “갑문 정기보수공사에 관한 높은 전문성을 지닌 도급 사업주로서 수급인에게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이에 건설공사 시공자격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단순한 건설공사발주자를 넘어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공사는 추락사 등 안전조치 의무를 다했어야 하지만, 그러지 않아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처벌받아야 한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