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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가 없이 개발한 암 진단 소프트웨어…법원 '제동'

성주원 기자I 2025.01.27 09:00:00

月1000명 이용 암진단 "유효성 검증 안돼"
3만건 무허가 검사…개발사 "100억 투자 헛돼"
검증 안된 진단 위험…판매중지·폐기 명령 정당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의료기기 허가를 받지 않고 혈액 검사로 암을 진단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사용한 업체에 대해 판매중지 및 폐기 명령이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이데일리DB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김순열)는 프로테인칩 콘텐츠 연구개발 및 제조업체 A사가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상대로 낸 ‘체외진단의료기기 판매중지 및 폐기명령 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고 27일 밝혔다.

A사는 2017년 7월 체외진단의료기기 제조업 허가를 받은 업체로, 수검자의 혈액에서 암 위험도와 관련된 단백질 표지자(바이오마커)를 분석해 폐암, 간암, 대장암 등 8종의 암 위험도를 0.01에서 1.0 사이의 수치로 나타내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은 현재까지 3만건 이상의 검사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3년 5월 이 프로그램이 체외진단의료기기법상 ‘위해성 정도 2’에 해당하는 의료기기임에도 제조허가나 인증을 받지 않았다며 판매중지 및 폐기명령을 내렸다. 식약처는 국민건강에 대한 위험성을 고려해 사전통지나 의견청취 절차 없이 긴급 처분을 결정했다.

이에 A사는 “이 프로그램은 의사의 진료행위를 보조하는 수단에 불과하며 체외진단의료기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프로그램 개발에 100억원을 투자했고 해외 수출 계약도 진행 중이라며, 행정절차법 위반과 과도한 처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프로그램은 생리학적 또는 병리학적 상태를 진단하거나 질병의 소인을 판단하기 위한 성능과 구조를 가지고 있어 체외진단의료기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의사들이 추가 검사 없이 환자의 기본 정보만으로 분석 결과를 조정하고 있어, 이 프로그램이 종합적인 암 위험도 분석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다고 본 것이다.

특히 재판부는 “프로그램의 분석 결과에 대한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아 수검자가 적시에 암 치료 및 예방 기회를 놓칠 위험이 있다”며 “매월 약 1000명의 수검자가 이용하는 만큼, 검증되지 않은 프로그램이 더 이상 시중에 제공되지 않도록 할 필요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번 처분이 프로그램의 수출이나 기반코드, 데이터의 폐기까지는 포함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회사가 개발비용 전액을 손실보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체외진단의료기기법에 따르면, 혈액 등 사람이나 동물로부터 유래하는 검체를 체외에서 검사해 생리학적 또는 병리학적 상태를 진단하거나 질병의 소인을 판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의료기기는 안전관리 수준에 따라 4등급(높음)에서 1등급(낮음)으로 분류된다. 제조업자는 해당 기기에 대해 제조허가나 인증을 받아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판매중지나 폐기 등의 처분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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