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전도사 홍종학]②넉달간 만난 中企…매출 50억 이하 '절반 이상'

김정유 기자I 2018.04.04 05:00:00

취임하자마자 현대차와 1500억 규모 상생펀드 체결
대기업 협력사, 특히 매출 50억 미만 영세기업 주로 만나
최근엔 우수상생사례 외부 전파 열심, 간부회의시 거듭 강조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3월14일 경기도 안양 소재 전기맷돌제조업체 홈밀맷돌을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홍종학 장관 덕분에 중소 협력사들이 요즘 살판난 것 같습니다.”(정진행 현대자동차그룹 사장)

“그게 현대차에게도 좋은 겁니다.”(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올 1월 서울 구로구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에서 진행된 ‘중기부·현대차그룹 상생협력기금 출연 업무협약(MOU)식’에서 홍종학 장관과 정진행 사장이 나눈 덕담이다. 과거 국회의원 시절 ‘재벌저격수’로 이름이 높았던 홍 장관이지만 이날 현대차와의 만남에선 내내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현대차가 대기업 중 처음으로 2·3차 협력사 직원들의 최저임금 인상분 지원에 나섰기 때문. 현대차는 당시 협력사들을 지원하기 위해 1500억원 규모로 상생펀드를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홍 장관은 “현대차는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상생을 통한 혁신의 첫걸음을 걸었다”고 평가했다.

대기업 협력사 방문 가장 많아… 절반 이상 매출 50억 미만 영세中企

반(反) 대기업 성향이 강했던 홍 장관이 취임 후 달라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단순히 중소기업들의 애로만 청취하는 게 아닌,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 성공 사례를 적극 발굴해 확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 취임 후 3일에 한 번꼴로 현장을 방문하며 들은 중소기업들의 목소리가 홍 장관의 기업관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여진다.

3일 중기부와 중소기업중앙회 등에 따르면 홍 장관은 지난해 11월 취임 후 지난달 말까지 총 27개 중소기업(조합·단체장·소상공인 제외)들과 만남을 가졌다. 경제학자 출신인 홍 장관은 지난해 장관 내정 당시에도 중소기업 현장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는 안팎의 지적을 받아왔다. 이를 의식한 듯 취임하자마자 중소기업 현장 방문을 최우선에 놓고 전국을 누비고 있다.

(그래픽=이동훈 기자)
홍 장관은 대기업과 협력하는 업체들이 많은 자동차부품 및 금형업종, 화학·플라스틱 업종 중소기업들을 가장 많이 만난 것으로 나타났다. 홍 장관이 방문한 27개 중소기업 중 자동차부품 및 금형업종이 19%(5곳)로 가장 많았고 화학·플라스틱 업종이 15%(4곳)로 그 뒤를 이었다. 규모별로는 연매출이 50억원 미만의 영세기업들을 많이 찾았다. 홍 장관이 방문한 중소기업 중 매출 50억원 미만인 기업은 55%(15곳)에 달했다. 이어 ‘연매출 50억 이상~500억원 미만’이 26%(7곳), ‘500억원 이상 기업’이 19%(5곳)를 차지했다. 비교적 영세한 중소 협력사들을 집중적으로 방문하며 각종 애로를 들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대·중소기업간 상생사례는 현장에서 직접 목격하거나 기업 대표들의 입을 통해 접했다. 실제 홍 장관은 지난 1월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과 함께 경기 안성시 소재 중소기업들을 잇달아 방문한 자리에서 “대기업과의 상생협력 성과가 2·3차 협력사들까지 확산돼야 한다”는 현장 기업들의 목소리를 청취했다. 이 자리에서 대기업과의 상생결제 시스템 활성화도 함께 거론됐다. 상생결제는 대기업이 발행한 결제 채권을 2·3차 협력사가 주요 시중은행에서 현금화할 수 있는 제도다. 협력사들 입장에선 돈을 떼이거나 지급일이 늦어질 염려가 없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 두 번째)이 지난 1월21일 인천 남동공장 소재 중소기업 피케이엘앤에스를 방문해 현장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자발적 대·중기 상생 유도…업계 반응 긍정적

홍 장관은 지난 4개월간의 현장 방문 과정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우수 상생협력 사례를 접하고 최근 외부에 관련 내용을 전파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 안정자금’ 홍보에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사례 전파에 팔을 걷어붙인 모습이다. 우수 상생협력 사례를 확산해야 민간을 중심으로 한 자발적인 대·중소기업간 상생도 활성화될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중기부 관계자는 “홍 장관은 최근 ‘상생으로 혁신하자’는 말을 가장 많이 강조한다”며 “모든 강연 제목, 매주 열리는 간부회의에도 상생이 주된 주제로 올라온다”고 말했다.

홍 장관은 지난 2월 열린 ‘한국경영자총협회 최고경영자(CEO) 연찬회’에서 이같은 사례를 소개하며 “한국은 현재 거대한 상생의 바람이 불고 있다”며 “어려운 시기에 우리 대기업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자발적으로 추진한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 사례를 공유하며 대기업들을 전면에 치켜세운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대기업에 강한 반감을 여러차례 보였던 홍 장관이 최근 이같은 행보를 보이는 것은 대기업들에게도, 중소기업들에게도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이라며 “법과 제도로 강제하지 않아도 대기업들 역시 중소기업과의 상생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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