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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중림동 ‘삼성사이버빌리지’도 삼성물산의 주택 브랜드 ‘래미안’으로 이름을 변경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빌리지란 이름 때문에 아파트가 아닌 빌라로 오해하고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서다.
새해 들어 아파트 브랜드 변경을 목표로 삼고 ‘개명’에 적극 나선 단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 프리미엄으로 통하는 브랜드를 달아 단지 가치를 높이고 입주민 주거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프리미엄 브랜드 달아야 제값 평가받는다”
상도엠코타운으로 조성한 동작구 센트럴파크와 에스톤파크는 각각 지난 2012년, 2013년 입주해 아직 10년도 채 안된 신축 아파트다. 하지만 ‘엠코’라는 브랜드가 사라져 입주민들은 이름을 변경하기로 했다. 엠코는 현대차 계열사그룹 건설사업을 전담하기 위해 2002년 설립했다가 2009년 현대엠코로 사명을 변경 후 2012년 현대엔지니어링에 합병됐다.아파트 브랜드가 현재 있느냐 없어졌느냐가 가격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2001년 입주한 중림동 삼성사이버벌리지는 2000년대 초반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등 당시로서는 첨단 정보기술(IT)을 주택에 도입해 주목받았다. 그러나 ‘빌리지’라는 이름 때문에 아파트가 아닌 빌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아 주민 불만이 컸다. 지난해부터 주민 투표를 진행 중이며 80% 이상 동의를 받은 후 건설사와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삼성사이버빌리지 관계자는 “입지에 비해 단지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면서 “최고의 기업 삼성 브랜드로 변경하면 아파트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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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위례신도시인 성남시 창곡동 위례부영사랑으로는 ‘위례더힐55’로 이름을 바꿨다. 작년 초만 해도 7억원대 후반이었던 이 단지 전용 85㎡의 가격은 연말에 9억8000만원으로 2억원 가량 뛰었다. 지난해 신도시 아파트값 상승 덕을 봤지만 주민들은 ‘사랑으로’ 브랜드보다 ‘위례더힐’이 더 집값 상승에 유리하다고 본 것이다.
공공분양 아파트의 경우 명칭 변경이 더 잦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그린빌’ ‘뜨란채’ ‘휴먼시아’ ‘천년나무’ 등 4개의 공공분양 브랜드를 내놨지만 주민들의 선호도가 그리 높지는 않다. 지난해 수원 ‘호매실 능실마을 LH’와 영통 이의동 ‘LH해모로’ 주민들은 아파트 브랜드 변경을 통해 ‘LH’를 빼고 시공사 브랜드만 남긴 바 있다.
◇건설사 허락이 관건…‘업그레이드’ 노력 수반돼야
그러나 주민들이 투표를 통해 브랜드를 바꾸겠다고 해도 다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건설사가 허락해 줘야 하는데다 지역명이 아파트 이름에 들어가기 때문에 주소가 해당 자치구 승인도 받아야 하는 절차가 있다.
쌍용건설은 최근 아파트 브랜드를 ‘예가’, ‘플래티넘’에서 ‘더 플래티넘’으로 일원화하면서 기존 예가 단지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원할 경우 선별적으로 ‘더 플래티넘’ 브랜드로 바꾸는 것을 고려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나름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기존 단지들이 ”브랜드 변경은 주민들이 원한다고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단지 조경이나 시설을 업그레이드 한다든지 그런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며 “이런 과정에 부합되지 않는다면 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건설사 나름대로 브랜드를 입히고 추구하는 방향이 있는데 같은 회사에서 지었다고 다 프리미엄 브랜드로 바꿔줄 수는 없다”며 “건설사 입장에서 무리하게 브랜드를 요구하는 경우 해당 브랜드를 달고 있는 타 아파트의 가치 하락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