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혁신 투톱 한국·스웨덴[공관에서 온 편지]

이데일리 기자I 2024.12.27 05:00:00

''복지국가'' 스웨덴, 인구 1000만의 혁신 역량
스카이프·스포티파이·클라르나 등 창업 성공도
한국과 개방경제 시스템 통해 발전한 공통점 있어

[이형종 주스웨덴 대사] 우리는 스웨덴 하면 ‘복지국가’를 떠올린다. 실제로 스웨덴은 사회민주주의 기치 아래 국민의 삶을 국가가 세밀히 보살피는 복지국가다. 스웨덴의 복지제도는 개개인이 부담하는 높은 수준의 세금과 기여금으로 유지된다. 이에 더해 끊임없는 혁신을 통한 탄탄한 경제도 복지국가를 뒷받침하고 있다. 촘촘한 사회안전망은 국민을 나태하게 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창의력과 도전정신을 발휘하게 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형종 주스웨덴대사[외교부 제공]
인구 1000만 명의 작은 나라 스웨덴의 혁신 역량은 놀랍다. 2024년 글로벌 혁신지수 2위, 유럽 혁신 스코어보드 2위, 유니콘 스타트업 41개라는 성적을 자랑한다. 전국적으로 13개의 혁신센터와 30개의 사이언스파크를 운영하고 있다. 스포티파이(Spotify·음원 서비스), 스카이프(Skype·인터넷 전화), 클라르나(Klarna·전자상거래)의 성공이 창업 도전에 불을 지폈다. 스웨덴이 오늘날의 혁신 면모를 갖추게 된 요인으로는 개방경제에 따른 글로벌마인드, 사회적 안정, 정부의 지원 그리고 높은 연구개발 투자를 손꼽을 수 있다. 스웨덴은 오랜 혁신과 발명의 전통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우리가 널리 사용하고 있는 지퍼, 볼베어링, 블루투스, 스패너, 테트라팩, 3점 안전벨트, 섭씨(℃) 등이 스웨덴의 산물이다.

스웨덴에서도 K팝을 필두로 우리 문화와 제품에 관심이 높다. 무엇보다 스웨덴은 경제교류와 연구개발의 파트너로서 우리를 매우 가치 있게 보고 있다. 우리나라와 스웨덴의 연간 무역액은 약 35억달러에 달한다. 우리의 대 스웨덴 최대 수출품은 자동차고 스웨덴의 한국에 대한 가장 중요한 수출품도 자동차다. 이는 서로가 고도화한 산업구조를 지닌 경쟁국인 동시에 교류와 협력 파트너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한국과 스웨덴은 모두 수출 중심의 개방경제 시스템을 통해 발전해왔고 경쟁력 있는 산업구조를 갖추고 있다. 두 나라는 과학기술 발전에 필요한 투자 여력이 높고 우수한 교육에 힘입어 고급 연구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들어 양국의 공동 연구개발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예컨대 한국의 연구소들과 스웨덴의 종합과학기술 연구소인 RISE는 전력 반도체 성능향상을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의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 건설과 관련해 양국 연구기관 간 협력도 예정돼 있다. 스웨덴이 혁신을 바탕으로 성과를 내고 있는 정보통신기술, 생명과학, 의약품, 녹색기술도 유망한 분야다.

세계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양국은 미래 경제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지난 5일 서울에서 개최된 한-스웨덴 전략산업 서밋에는 양국 기업인 1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략산업과 기술 경쟁력, 경제안보, 지속가능 모빌리티 등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고 업무협약도 4건 체결했다. 특히 유럽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인으로 평가받는 야콥 발렌베리 인베스터 AB 회장은 이번 서밋에서 양국이 친환경 기술협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만들어 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요즘 ‘스웨덴 캔디’가 우리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다. 알록달록한 색감, 쫄깃한 식감 그리고 새콤달콤한 맛을 장착한 스웨덴 캔디는 매력적이다. 반대로 K팝의 비트와 율동, 감성을 자극하는 한국 드라마, 매력적인 한국 화장품, 맛있는 한국 음식도 스웨덴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다. 이처럼 문화와 생활을 통해 양국 국민 간 교류의 저변이 다져지고 경제교류와 연구 협력이 확대된다면 머지않아 노벨문학상에 이어 노벨과학상을 받을 날도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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