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희서(38)는 최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지난해 활동을 돌아보며 이 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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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서는 “훌륭한 배우들과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며 좋은 에너지를 주고받았다. 매일 연습 일지와 공연 일지를 쓰며 앞으로 어떤 배우로 나아갈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도 가졌다”고 말했다.
“2024년은 저에게 너무 충만한 한 해였어요.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영화 ‘박열’로 주목받았을 때보다 행복감이 컸을 정도죠. 앞으로 연기 활동을 펼치는 데 큰 자양분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두 출연작 모두 배우 겸 연출가 손상규가 각색과 연출을 맡았다는 점이 흥미롭다. 최희서는 “대학 선배인 손상규 연출과는 연세대학교 연극 동아리 연희극회(연세극예술연구회)에서 처음 만나 오랜 시간 인연을 이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기의 참맛과 배우가 무대에서 최대치를 끌어내는 법을 깨닫게 해준 손 연출과 함께여서 작업이 더 즐겁게 느껴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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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삶’은 2007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받은 동명의 독일 영화를 연극화한 작품. 베를린 장벽 붕괴 전 동독을 배경으로 비밀경찰 비즐러가 극작가 드라이만과 배우 크리스타를 감시하게 되면서 겪는 이야기 그린다.
극의 초점은 비즐러의 심리 변화에 맞춰져 있다. 사회주의 체제에 헌신하며 살아가는 냉혈한 비즐러가 활동 중단 압박을 받으며 수난을 겪는 예술가들에게 연민을 느낀 뒤 그들의 비밀을 감춰주기 시작하면서 극의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 작품에 대한 최희서의 애정은 각별하다. 신문방송학과로 대학에 진학했다가 뒤늦게 연기의 길에 들어섰던 최희서는 “배우를 꿈꾸며 예술 영화에 빠져 있던 스물한 살 때 울림을 주는 이야기의 힘을 느끼며 가장 감명 깊게 본 작품이 ‘타인의 삶’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손 연출과 연희극회에서 처음 만난 것도 그해 여름이었다”며 “그렇기에 연극 무대로 옮겨온 ‘타인의 삶’ 출연은 저에게 운명처럼 받아들여졌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맡은 크리스타 역에 대해선 “연기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바탕으로 고군분투하는 오뚝이 같은 인물”이라고 설명하면서 “배우 역할이라서 더 공감하면서 연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기를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크리스타가 연기를 자신의 생명에 비유하는 대사를 내뱉을 때마다 많은 생각이 들어요. ‘만약 연기를 못 하게 된다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해보기도 하고요. 관객이 공연을 보면서 ‘크리스타가 꼭 배우로 계속해서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게끔 하는 게 저의 목표죠.”
최희서는 2009년 데뷔 이후 영화 ‘킹콩을 들다’, ‘동주’, ‘박열’, ‘옥자’,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드라마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 등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했다. 2021년에는 단편 영화 ‘반디’를 통해 연출가로 첫발을 떼고 이듬해 에세이 ‘기적일지도 몰라’를 발간하는 등 다채로운 재능을 발휘하며 대중과 만나고 있다.
최희서는 “장르나 플랫폼보다 중요한 것은 좋은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도 울림을 주는 좋은 이야기를 담은 다양한 작품들로 대중과 소통하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