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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거장이 만든 집은 달라”…명품인증 찍는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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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배운 기자I 2025.06.21 07:00:00

성수·개포 수주전, 글로벌 건축사 협업 잇따라
"양보다 질 시대…조합원 눈높이 맞춰 차별화 필요"
'거장 명품인증' 아파트, 차별화 프리미엄으로 가치↑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서울 핵심 지역 정비사업장을 둘러싼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해외 건축사와의 협업을 내세우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조합원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충족하고 수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세계적 명품’ 이미지를 활용한 차별화·고급화 전략에 힘을 싣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성수동 아파트단지 전경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강변 정비사업 대어’로 꼽히는 성수 전략정비구역 1지구 수주전에 나선 GS건설은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이끄는 건축사무소와 협업해 단지에 차별화된 설계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대우건설은 개포우성 7차 재건축 사업 수주를 위해 루브르 박물관, 도하 이슬람박물관 등 설계를 맡은 프랑스의 유명 건축가 장 미셸 빌모트와의 협업을 추진 중이다. 개포 주공 6·7단지 재건축을 수주한 현대건설은 미국 건축설계 그룹 SMDP와 협력해 차별화된 설계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이제는 건설사들의 아파트 건축 기술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뚜렷한 품질 차이를 느끼기는 어렵다”며 “서울 고가 단지에서는 고급 자재·설계가 기본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품질뿐만 아니라 뭔가 다른 차별화된 세일즈 포인트를 마련해야 조합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해외 건축사를 앞세우는 것은 갈수록 높아지는 고급화·차별화 수요에 발맞춘 전략이란 설명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양보다 질을 따지는 시대다. 조합원들의 주거 기대 수준이 예전보다 확연히 높아졌고, 특히 고급 단지는 ‘우리는 다르다’는 차별화도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되고 있다”며 “해외 건축사 협업과 같은 특화 포인트는 조합원들을 설득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자산가치 상승 측면에서도 글로벌 건축사와의 협업은 전략적인 선택으로 평가된다. 해외 건축사와의 협업에는 추가 비용이 수반되지만 ‘차별화 프리미엄’이 집값을 끌어올리면서 결과적으로 비용 증가분을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같은 설계라도 국내 건축가 보다는 해외 유명 건축가가 참여한 것 자체로 고급스럽게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장인이 직접 만들었다는 ‘명품인증’ 상품의 가치가 뛰듯이, 해외 거장 건축가로 브랜딩된 단지는 소비자의 심리적 반응만으로도 자산가치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해외 건축사 협업이 단지 홍보에는 효과적일 수 있어도 완공 결과물에는 큰 차이가 없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외국 건축사가 디자인한 설계안은 국내 건축법, 소방법 등 세부 인허가 기준에 맞지 않아 실제로는 대부분의 설계를 국내 업체가 다시 수정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이어 “차별화된 설계와 디자인을 제시하더라도 서울시 건축심의 과정에서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통과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해외 건축사와의 협업이 실효성을 얻으려면 현재 뒤처져진 인허가 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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