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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만난 정인지에게 무대 위에서 배역에 이토록 깊이 빠져들 수 있는 집중력의 비결을 물었다. 정인지는 캐릭터의 감정에 빠져드는 과정을 하늘 위 별을 이어 북두칠성을 그리는 과정에 비유했다.
“작품을 분석할 때 제가 캐릭터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에서 출발해요. ‘나라면 이렇게 선택했을 텐데 이 사람은 다르구나’라고 생각하면서요. 그렇게 캐릭터와 제가 맞닿는 지점을 마치 북두칠성을 그리듯 선으로 이어가다 보면 어느 새 캐릭터의 감정에 빠져들게 돼요.”
‘마리 퀴리’는 1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 공연제작사 라이브의 창작뮤지컬이다. 오는 29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한다. 정인지는 이번 재연에 처음 합류했다. 과학자 이전에 평범한 사람으로서 마리 퀴리의 고뇌를 표현해 공감을 얻고 있다. 정인지가 마리 퀴리를 연기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평범함이었다.
“이번 작품을 만나기 전까지는 저 역시 마리 퀴리를 퀴리 부부, 또는 퀴리 부인으로 알았어요. 누군가의 아내였지 독립적인 한 사람이 아니었죠. 하지만 작품을 준비하면서 마리 퀴리가 남녀 구분을 떠나 과학자로서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사람으로 마리 퀴리를 연기하고 싶었어요.”
정인지는 ‘마리 퀴리’ 이전에 허난설헌을 연기한 뮤지컬 ‘난설’, 시인 백석의 연인 자야 역을 맡았던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등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를 자주 연기했다. 남성 캐릭터를 내세운 작품이 많은 대학로에서 유독 여성이 중심이 되는 작품으로 커리어를 쌓아온 점이 특징이다. 그는 “연기할 때 그 역할이 여자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극 안에 있는 ‘사람’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중학교 때까지 성악을 전공했지만 ‘표현하는 즐거움’이 좋아 고등학교 시절 연기로 전공을 바꿨다. 1997년 EBS 청소년 드라마로 연기활동을 시작했지만 “드라마는 힘들어도 참아야 한다”는 주변 이야기에 일찌감치 방송 활동을 그만뒀다. 대학에서 연기를 배운 뒤에는 2007년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쭉 무대에 오르고 있다.
‘마리 퀴리’ 이후에도 활동은 바쁘게 이어진다. 지난 6일 개막한 창작뮤지컬 ‘데미안’, 그리고 오는 4월 7일 개막하는 연극 ‘언체인’이다. 정인지는 “배우로서 연기의 간극을 벌릴 수 있는 작품을 찾게 된다”며 “대단한 목표보다 지금 주어진 것을 잘 해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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