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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대상 이 작품] 판소리와 관현악의 어우러짐 '얼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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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호 기자I 2017.11.30 05:45:00

- 심사위원 리뷰
국립국악관현악단 '다섯 판소리'
중견 작곡가 5명 국악 다섯 마당 재해석
판소리가 가야 할 길 제시해

국립국악관현악단 ‘다섯 판소리’ 공연 장면(사진=국립극장).


[유영대 고려대 한국학 교수] 국립국악관현악단(예술감독 임재원)이 마련한 ‘다섯 판소리’(11월 17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를 보았다. ‘국립국악관현악단’과 ‘다섯 판소리’가 등가로 연결된 점이 우선 흥미로웠다. 현재 우리에게 전해지는 판소리는 ‘춘향가’ ‘적벽가’ ‘흥보가’ ‘수궁가’ ‘심청가’ 등 다섯 마당이다. 이 다섯 마당을 우리 시대의 중견으로 명망 있는 강상구·이지수·황호준·서순정·이용탁 등 다섯 작곡가가 한 작품씩 맡았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각 주제를 하나의 곡으로 엮거나 한 두 아리아를 묶어 작곡해 선보였다.

이날 연주된 곡들은 각 작곡가의 스타일과 패기, 감성이 전체적으로 잘 느껴졌다. 판소리가 관현악과 만나 연주되는 경우가 없지는 않지만 이렇게 다섯 마당을 한꺼번에 무대에 올리는 작업은 드문 만큼 소중하게 다가왔다.

강상구는 ‘춘향가’의 맥락을 나눠 표현했다. 사랑이나 이별, 그리고 옥중 장면으로 비견할 수 있게 작품을 구성했다. 이별이나 옥중 장면의 서정성이 돋보였다. 여기에 소리꾼 현미의 구음이 끼어들어 맛을 더했다. 마지막의 ‘어사출도 대목’의 긴박함으로 작품을 마무리했다.

이지수는 ‘적벽가’에서 ‘자룡 활 쏘는 대목’의 아리아를 내세웠다. 낯선 작곡가가 그려내는 서정적이면서도 목가적인 서주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적벽가’라는 표제를 내세우지 않았다면 대중이 달콤하게 들을 수 있는 작품으로 다가왔다. 소리꾼 김준수가 ‘자룡 활쏘는 대목’을 부르면서 비로소 ‘적벽가’라는 표제와 어울릴 수 있었다. 이 작품은 판소리는 급박하게 흐르는데 음악은 서정적으로 흘러 묘한 두 겹의 톤이 흥미로웠다.

황호준의 ‘흥보가’는 ‘제비날다’라는 제목으로 ‘제비노정기’를 이색적으로 집약해 작곡한 작품이다. 판소리 ‘제비노정기’를 명창 최수정이 경기소리 방식으로 채워 특별한 느낌이 들었다. 노랫말은 판소리에서 가져오기도 하고 직접 만들기도 해 제비가 나는 여정을 그려냈다. 흥보 집 앞에 당도하는 제비의 노정은 “저 먼 길 끝없는 길 힘없이 가는 길이로다”로 그려내 판소리와 차별화시켰다. 부러진 다리를 고치고 강남에 갔다 돌아오면서 부르는 노정기는 판소리의 사설을 많이 닮아 있었다.

서순정의 ‘수궁가’는 ‘수궁풍류 대목’을 입체적으로 구성해 판소리 명창 조주선과 함께 무대를 이끌어갔다. 광활한 바다를 그려내는 서주는 장엄했다. 이어 병든 용왕의 탄식이 나오면 관현악이 뒤에서 소리를 받쳐줬다. 토끼의 화상을 그리는 장면, 좌우나졸 대목 등이 적절하게 작곡돼 판소리와 관현악이 만나는 드라마를 표현했다.

이용탁의 ‘심청가’는 정통 판소리와 서양 성악이 함께 어우러져 나오는 특유의 조화로운 무대를 보여줬다. ‘심청가’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리아 ‘닭아닭아’ ‘이내팔자’ ‘범피중류’ 등 세 곡을 오페라 가수 김성애·강훈, 판소리 명창 김지숙이 음악극 방식으로 끌고 나갔다. 이 곡은 창극 ‘청’을 비롯해 최근 초연한 오페라 ‘청’에 이르기까지 우리네 한의 정서를 한껏 드러내 아름다운 장면으로 다가왔다.

이날 전체 작품을 지휘한 이용탁은 음악극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유일한 지휘자다. 작곡가들이 그려내고 싶은 판소리의 한 축을 지휘자가 살피고 걸러내 완성도 높은 무대를 구축했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다섯 판소리’는 판소리가 가야 할 또 다른 하나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뜻깊었다.

국립국악관현악단 ‘다섯 판소리’ 공연 장면(사진=국립극장).
국립국악관현악단 ‘다섯 판소리’ 공연 장면(사진=국립극장).
국립국악관현악단 ‘다섯 판소리’ 공연 장면(사진=국립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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