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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이데일리 김정남 김정현 기자] “인구만 줄어든다고 실업률이 개선되는 것이 아닙니다. 일본의 실업률이 크게 개선된 것은 경제가 함께 좋아졌기 때문입니다.”
국내 최고의 일본 경제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인터뷰를 갖고 “우리나라도 곧 노동인구가 감소한다고 해서 꼭 실업률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도 저출산 고령화로 노동인구가 줄어들면 가만히 놔둬도 실업률이 개선될 거라는 시각은 위험한 생각”이라며 “인구가 감소하면 수요가 줄어들어 일자리도 덩달아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그러면서 “일본의 경우 인구도 줄었지만 일자리 자체도 많아졌다”며 “인구만 줄었다면 실업률이 이렇게 개선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아베노믹스를 그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아베 신조 정권이 아베노믹스를 추진하면서 처음에는 건설업에 투자했다”며 “그러나 인력이 부족해 효과가 크지 않자 사람을 육성하자는 ‘히토츠쿠리(인재개발·교육)’ 정책을 집중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베노믹스 성과 중 하나로 ‘자살자 감소’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어떤 사람들은 일본 경제가 나빴던 시기가 없었다고 말하기도 한다”며 “그런데 소위 일본 경제 침체기에 자살자가 2만명에서 3만명대로 늘었던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아베노믹스로 일본 경제가 살아나면서 다시 자살자가 2만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엄청난 성과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그는 우리 경제를 이야기하면서 정부 정책을 특히 강조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청년 실업 개선은 정부의 정책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정책과 함께 가면 5년이면 해결될 것도 정책이 잘 안 되면 10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정부 정책 외에 한국은행의 통화정책도 언급했다. 그는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 수준까지 가지 않은 것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1.25% 수준까지 크게 낮춘 것도 한 몫 했다”고 평가하면서도 “다만 금리 인하 속도가 너무 늦은 감이 있었다. 경제 상황을 선도하지 못 했다”고 지적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그러면서 “앞으로 디플레이션이 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며 “위기가 발생한다면 과감하고 상식 파괴적으로 금리정책을 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1963년 일본 도쿄 출생 △일본 호세이대 경제학과 △고려대 경제학 석사 수료 △LG경제연구원 입사(1988년~)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 수석연구위원 △저서 ‘우리는 일본을 닮아가는가’(공저) ‘볼륨 존 전략’ ‘일본식 파워경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