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도산한 업체 대부분은 ‘가나가와’, ‘후쿠이’, ‘도야마’, ‘홋카이도’ 등 지방 업체였다. 매출 규모가 연간 50억원에서 150억원정도 되는 회사들로, 20억~30억원 상당의 부채를 못 이기고 파산신청을 했다고 한다.
여기서 굉장히 의아한 대목은 일본에서 회전스시 시장은 매년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업계 평균 이익률도 전년대비 35% 이상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도산의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꼽힌다. 첫 번째가 원가 상승이다. 어획량 감소로 생선 도매가가 치솟으며 원가율이 급등했다. 여기에 한국과 마찬가지로 인건비 상승이 어려움을 부추겼다. 저출산·고령화로 일할 사람 구하기도 쉽지 않아 운영이 원활하지 못했던 영향도 있다.
하지만 일본 내 회전스시 4대 대기업인 ‘쿠라즈시’, ‘갓빠스시’, ‘스시로~’, ‘하마즈시’는 건재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들 4개사가 경쟁적으로 무차별, 공격적 마케팅을 펼친 것이 중소·중견업체의 줄도산을 초래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다른 음식업에 비해 회전스시는 컨베이어 벨트에 주문용 터치 패널 등 초기 투자비용이 큰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집이 큰 업체만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구매력’을 무기로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을 자주 가는 사람이라면 눈치를 챘겠지만, 일본의 유명 회전스시집은 수년째 아니 십 수년째 접시 당 가격에 변화가 없다. 1엔만 올려도 소비자가 고개를 돌리기 때문이다.
소비자에겐 분명 득이 되는 것이 대·중소기업 간 상생에는 독이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이러한 과점화와 승자독식 현상은 일본의 회전스시 업계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일본은 철저하게 ‘소비자 중심’으로 경제를 활성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자영업, 특히 외식업이 위기라고 한다. 일본의 회전스시 업계와 비슷한 현상이 한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동네 식당이 대기업 프랜차이즈와 경쟁에서 가격으로 우위를 점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시장 진입을 막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맛 또는 서비스 등 비싸더라도 그 식당을 갈 수 밖에 없는 이유, 즉 가격 이외의 가치를 동네 식당은 제공해야 한다.
의견이 분분할 때 필요한 것이 바로 ‘기준’일 게다. 학창시절 체육시간에 대표자가 손을 들고 “기준!”하고 외치면 반 전체가 복창하며 따랐듯이 말이다. 우리의 기준은 무엇인가. 소비자 편의일까, 대·중소기업 상생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