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베르테르'' 새 시즌 개막
괴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원작
베르테르 역에 엄기준·양요섭·김민석
25주년 기념 공연으로 오는 3월까지
[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나 그대 이제 이별 고하려는데 / 내 입술이 얼음처럼 붙어버리면 / 나 그대를 차마 떠나려는데 / 내 발길이 붙어서 뗄 수가 없으면 - ♪’
| 뮤지컬 ‘베르테르’ 25주년 기념 공연의 한 장면(사진=CJ EN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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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뮤지컬 ‘베르테르’ 공연이 열린 서울 구로구 디큐브 링크아트센터. 주인공 베르테르 역을 맡은 배우 엄기준이 1막 마지막 장면에서 극의 대표 넘버인 ‘발길을 뗄 수 없으면’을 부르며 절절한 감정을 토해내자 객석 곳곳에서 감동의 눈물이 터져 나왔다. 어느덧 25주년을 맞은 작품의 귀환과 2002년 공연한 3연 때부터 베르테르 역을 맡아 온 ‘엄베르’ 엄기준의 저력을 실감하게 한 순간이다.
‘베르테르’는 독일의 대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고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원작으로 한 창작 뮤지컬이다. 2000년부터 관객과 만나 온 국내 창작 뮤지컬 대표작 중 하나로 지난 17일 12번째 시즌이자 25주년 기념 공연의 막을 올렸다. 2020년 이후 5년 만의 무대다.
‘베르테르’는 독일의 작은 도시 발하임을 배경으로 싱그러운 매력을 지닌 여인 롯데를 향한 베르테르의 순애보를 주 내용으로 다루는 작품이다. 첫 만남 순간부터 사랑에 빠진 뒤 시(詩)를 매개로 가까워진 롯데의 곁에 약혼자 알베르트가 있다는 사실을 접하고 상심에 빠진 채 갈등하는 베르테르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 울림을 자아낸다.
| 뮤지컬 ‘베르테르’ 25주년 기념 공연의 한 장면(사진=CJ EN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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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테르의 마음을 상징하는 해바라기 등 꽃과 나무로 채워진 로맨틱한 분위기의 무대에서 잔잔하면서도 가슴 속을 깊이 파고드는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물 흐르듯이 이어진다. 뼈 있는 대사가 묘미인 고선웅 작가의 섬세한 극본, 베르테르의 감정선과 맥을 같이 하는 정민선 작곡가의 처연하면서도 클래시컬한 음악이 합을 이뤄 절묘한 시너지를 발휘한다.
해바라기를 활용한 감각적인 무대 구성이 돋보이는 이번 시즌의 연출은 조광화가 맡았다. 조 연출은 이번 시즌에서 롯데가 다가갈 수 없는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금단의 꽃’을 다루는 방식에 일부 변화를 주고, 앙상블 배우들이 연기하는 시민들의 이야기에 입체성을 부여하는 등 세심한 손길을 더했다.
극장에서 만난 조 연출은 “나이가 들어 청년 감성이 사라졌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아직 남아 있다”며 “내 안의 베르테르를 다시 깨우기 위해 노력하며 연출에 임했다”고 말했다.
| 뮤지컬 ‘베르테르’ 25주년 기념 공연의 한 장면(사진=CJ EN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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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주년을 맞아 캐스팅에도 공을 들였다. 주인공 베르테르 역에는 엄기준, 양요섭, 김민석을 트리플 캐스팅했다. 각각 그룹 하이라이트와 듀오 멜로망스 멤버로 가수 활동을 겸하는 양요섭과 김민석은 이번 시즌을 통해 ‘베르테르’ 무대에 처음 오른다. 세 사람은 지난 주말 한 차례씩 무대에 번갈아 올라 3인 3색 매력으로 작품의 귀환을 알렸다.
롯데 역 캐스팅도 신구 조화에 방점을 찍었다. 10년 만에 돌아온 전미도, 네 시즌 연속으로 작품에 출연하는 이지혜, 작품에 첫 합류한 류인아가 롯데 역을 함께 소화한다. 베르테르, 롯데와 함께 삼각관계를 형성하는 알베르트 역에는 박재윤과 임정모를 더블 캐스팅했다.
러닝타임은 인터미션 20분 포함 165분. 공연은 오는 3월 16일까지다.
| 뮤지컬 ‘베르테르’ 25주년 기념 공연의 한 장면(사진=CJ EN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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