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교육당국 못 믿겠다"…거리로 나선 학부모들

김소연 기자I 2018.12.11 06:00:00

학부모들 직접 나서 교육정책 개선 요구하지만
유치원 공공성 강화·내신 신뢰도 개선 지지부진
자사고 폐지·혁신학교 확대는 밀어붙이기 ''분통''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우리는 그냥 일반인이고, 민원을 넣어도 들어주는 곳이 없어 너무 답답해서 이렇게 모이게 됐습니다.”

거리에 서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다. 숙명여고 시험지유출 사건 이후 촛불집회를 연 학부모들, 경기 화성시 동탄 사립유치원 회계 비리 사건 이후 단체를 결성한 학부모 등이다.

학부모들이 하는 말은 하나같이 같다. “왜 우리가 이렇게까지 나서서 하느냐”다. 학부모들은 교육당국이 처음부터 학교 내신 시험관리를 제대로 했다면, 사립유치원의 회계 관리를 제대로 했다면 길거리에 나올 일도 없었다는 거다. 이들은 “자녀들을 위해 이렇게 나섰지만 시위를 어떻게 하는지도, 언론사 기자들에게 연락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른다”고 토로한다. 이렇게 학부모들이 나설 때까지 교육당국을 무엇을 했냐고 분통을 터뜨린다.

심지어 연일 사립유치원 비리로 관련 기사가 나와도 당장 바뀌는 것은 없다.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위한 법안인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은 결국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가 무산됐다.

동탄의 한 학부모는 “아이들을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정작 중요한 것을 모두 잊었다”며 “책임 있는 사람들이 나서서 해야 하는데 부모들은 어디에 표출할 방법도 모른다.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울먹였다.

학부모들은 지역교육청에 민원을 넣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것부터 비슷한 처지에 있는 학부모들을 모아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하지만 변화의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교육 당국의 일방적인 행정으로 일이 커지는 경우도 있다. 일부는 법적 대응까지 간다. 내년부터 자율형사립고(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하는 대성고 학부모들은 학교 측과 서울시교육청이 일방적으로 일반고 전환을 추진한다고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교육청이 ‘자사고 폐지’ 성과를 위해 학생과 학부모 의견은 무시하고 일반고 전환을 강행한다는 것이다.

서울 송파 헬리오시티 예비 학부모들도 마찬가지다. 예비 학부모들은 새로 세워질 학교를 교육청이 혁신학교로 지정하려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10일부터 일주일간 오전 11시부터 오후1시까지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시위를 벌인다.

기존 학교는 현행 조례에 따라 학부모·교사 50%의 동의를 받아야 혁신학교로 전환하지만, 신설 학교는 교육감이 임의로 지정할 수 있다. 학부모들은 의견을 듣지 않고 혁신학교로 밀어붙일 경우 법적 대응도 검토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현장 목소리를 외면한 교육당국 탓에 매주 학부모들이 길에 나선다. 교육당국은 왜 부모들이 길에 나왔는지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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