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관료 출신답게 김 후보는 코로나19 해법에 대해서도 막힘없이 대답했다. 올해 예산 607조원 중 절반가량에 해당하는 재량지출 가운데 5~10%를 구조조정해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보상재원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쉽게 말해 코로나19 위기가 언제 끝날 지 모르니,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 마련한 돈으로 소상공인을 지원하자는 설명이다. 김 후보는 “이 방법은 재정을 꿰뚫는 사람만 내놓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양강 대선 후보들을 향해 날카로운 비판도 쏟아냈다. 김 후보는 네거티브로 흐르는 대선 정국과 관련, “물고기의 눈과 진주가 섞여서 구분이 안 되는 ‘어목혼주(漁目混珠)’의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국민들이 진주(珠)를 찾아야 하는데 물고기 눈(漁目)과 섞여 혼동되는 것이 지금의 정치판이라는 것이다.
|
-인생에서 지금이 가장 바쁜 시기인가.
△아니다. 2008년 국제금융위기 때나 1997년 IMF 위기 때에는 정말 사무실에 야전침대를 갖다 놔야 할 정도로 바빴다. 다만 바쁜 일의 성격은 좀 다르다. 지금은 정치인으로서 사람을 만날 때 신경전을 벌이거나, ‘저 사람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할까’ 의식해야 하는 점이 신경 쓰인다.
-정치에 뛰어들고 후회한 적 있나.
△전혀 없다. 특히 서울시장 출마부터 국무총리 제의를 받았을 때 주저 없이 거절했는데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여야 거대 양당 후보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돼 있다.
△가짜가 진짜를 가리고 있다. 어떻게 대한민국이 이렇게까지 됐을까 싶다. 과연 국민들이 보기에 인간적으로 존경하는 후보가 있나.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경제공약을 발표하고 있는데 두 사람 이름을 바꿔도 모를 것 같다. 윤 후보는 이 후보에게 ‘퍼주기’ 비판 하다 이제는 한 달 100만원 부모수당 공약을 한다. 이 후보는 소위 ‘5·5·5(세계 5강, 국민소득 5만 달러, 주가 5000)’라고 보수 주장에 딱 맞는 얘기를 한다.
|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특히 이 후보가 주장하는 성장은 이명박 정부의 ‘7·4·7(경제성장률 7%,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위권 선진대국)’ 같은 기시감이 있다. 앞으로는 양적성장이 아닌 질적성장을 해야 한다.
-대선에서 시대정신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맞다. 그냥 표를 얻기 위한 단편적인 포퓰리즘의 난무다. 그게 제일 고민이다. 대통령 당선 이후 그런 공약을 추진한다고 할 때 어떤 일이 생기겠나. 저번 정부를 비판하고 고소하고 싸움질하고 그 이상의 실수와 실패가 반복될 것이다.
-김동연이 생각하는 코로나19 극복 방안은.
△가장 급한 건 코로나19로 피해를 보고 있는 취약 계층인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일이다. 이 후보가 ‘기재부 관료들 책상머리 때문에 보상안 진척이 안 된다’고 하는데 그게 아니다. 정치인이 일머리가 없는 것이다. 어느 재정관료가 50조 100조 국채 발행으로 추경하자고 앞장서겠나.
나는 방법도 제시했다. 올해 예산 607조원 중 절반이 재량지출인데, 그중에서 5~10%를 구조조정하면 최대 30조원이 나온다. 금년도 예산 규모는 변동하지 말고, SOC(사회간접자본)를 비롯한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사업에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지역구 국회의원들, 다들 입으로는 소상공인 지원하자 하면서 전부 자기 지역구 사업 늘리는 것 문자를 받아본 적 있지 않나.
국회의원들이 솔선해야 한다. 그 돈으로 소상공인 지원하고, 부족하면 그 때 국채발행 하자는 것이다. 재정건전성도 지키는 방안이다. 이 물꼬를 터주지 못할망정 공무원한테 ‘추경 왜 빚내서 안 하느냐’ 비난할 게 아니다.
|
△못 봤다. 이 방법은 재정을 꿰뚫는 사람만 내놓을 수 있다. 재정건전성 얘기하는 이유는 돈 아까워서가 아니다. 코로나19가 2025년까지 계속될 것이란 예측도 나오는데, 소상공인들을 위한 다음 실탄을 준비해야 한다. 그러니 당분간 재정건전성을 최대한 건드리지 말자는 얘기다.
-지금 대선주자들이 해야 할 일은.
△지지층이 원하는 것 해 주겠다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을 위해 같이 고통을 분담하자는 얘기를 해야 된다. 자기 진영에서의 금기를 깨는 것이다. 진보는 노동자 측에 노동유연성을 양보하자고 설득해야 한다. 보수는 경영자 측에 노동안정성을 제고하자고 해 빅딜이 이뤄져야 한다. 거꾸로 진보가 재계한테 노동안정성, 정규직 전환, 실업급여 상승을 요구하거나 보수가 노조한테 노동유연성 확대하자 하면 끝없는 평행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