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 유전성 유방암, 침투율에 따라 적절한 조치 필요

이순용 기자I 2024.12.09 06:43:44

채수민 경희대병원 유방외과 교수, 유방암의 5~10%는 유전자 변이로 발생

[채수민 경희대병원 유방외과 교수] 유전성 유방암은 생식 세포성 유전자의 변이로 발생하는 유방암을 일컫는다. 대표적인 유전성 유방암의 원인 유전자는 ‘BRCA1/2’다. 이 두 유전자는 원래 암으로부터 몸을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변이가 발생하면 유방암뿐만 아니라 난소암, 췌장암, 위장관암 등이 발생하기 쉬워지고, 세대를 통해 유전되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유전성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 중 5~10% 정도를 차지한다. 비교적 이른 나이에 발병하고, 유방암과 함께 난소암 같은 다른 종류의 암이 동시에 발생하기도 한다. 양측 유방에 암이 생기기
채수민 경희대병원 유방외과 교수
쉽다는 것도 유전성 유방암이 지닌 특징이다. 가족 중에 유방암 환자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유전성 유방암은 아니다. 유전성 유방암은 유전자 변이로 인해 발생하므로, 유전자의 변이 없이 비슷한 환경이나 생활습관으로 발생하는 가족성 유방암과는 구별돼야 한다.

또한 유전성 유방암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100% 유방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유전자 변이가 실질적인 암으로 나타나느냐는 ‘침투율’에 달려있다. 안젤리나 졸리가 예방적으로 양쪽 유방 절제술을 택한 것도 침투율이 높은 BRCA1 유전자의 변이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유전자 검사가 필요한 유전성 유방암 고위험군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본인을 포함한 유방암 가족력이 3명 이상인 경우 △본인을 포함한 유방암 가족력이 2명인 경우에 적어도 한 명이 50세 이전에 진단된 경우 △본인이 유방암이면서 적어도 한 명 이상의 가족이 상피성 난소암/나팔관암/원발성 복막암을 진단받은 경우 △본인이 유방암이면서 상피성 난소암/나팔관암/원발성 복막암을 진단받은 경우 △만 40세 이전에 유방암이 발병한 환자 △만 60세 이하에서 삼중 음성 유방암으로 진단받은 환자 △양쪽 유방 모두 유방암이 발병한 환자 △남성 유방암 환자 △BRCA 유전자 변이가 있다고 밝혀진 환자의 가족 등이다.

검사를 통해 유방암 유전성 변이가 확인된 경우, 의료진은 유전자 변이의 의미와 향후 치료에 대해 설명하고, 가족에 대한 상담도 시행해야 한다. 어머니가 유전성 유방암이라고 해서 자녀가 모두 유전성 유방암 인자를 타고나는 것은 아니다. 아버지가 아니라면 확률은 50%가 되는 셈이다. BRCA 유전자 변이가 있는 경우 남성도 유방암과 전립선암이 발병할 수 있기 때문에 검사에는 남녀 모두가 포함된다.

유전성 유방암 인자가 있다고 해서 너무 불안해하거나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생활습관 개선과 함께 철저한 검진, 화학적 예방법, 예방적 수술 등의 의학적 조치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타목시펜과 같은 약을 먹으면 유방암 발생 위험도를 약 50% 정도 감소시킬 수 있고, 난소암 예방을 위해서 피임약을 복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타목시펜은 자궁 내막암을, 피임약은 유방암의 발생을 증가시킬 수 있어 복용 전 이에 대한 충분한 고려와 설명이 필요하다.

가장 확실한 유방암 예방법은 안젤리나 졸리처럼 유방을 모두 절제하는 방법이지만, 수술 후 합병증이나 부작용 등이 발생할 수 있어 의료진과 충분히 상담한 후 신중히 결정하는 것이 좋다.

유전성 유방암의 유전자 변이가 발견되었다면 철저한 검진은 필수다. 검진보다 적극적인 의미의 ‘감시’라는 표현도 쓰는데, 유전성 유방암은 비교적 이른 나이에 발병하기 때문에 18세부터 검진을 시작해야 한다. 18세부터 매월 자가검진을 시행하고, 25세부터는 6개월마다 전문의에 의한 검진을 받는다. 25~29세까지는 매년 MRI를 통해 검진하고, 30세부터 75세까지는 매년 MRI 및 유방 촬영을 통한 검진을 권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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