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포럼은 ‘2024 한국뮤지컬 산업 리뷰’를 주제로 열렸다. 최승연 뮤지컬 평론가의 발제에 이어 공연제작사 라이브러리컴퍼니의 김유철 공연본부장, 공연제작사 네오의 이헌재 대표, 박병성 공연 칼럼니스트의 토론이 이어졌다.
◇2024년 뮤지컬 총 티켓 판매액 4652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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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뮤지컬 총 티켓 판매액은 4652억원이다. 2023년보다 늘어난 수치지만 성장세는 다소 둔화했다. 이에 대해 최 평론가는 “지난해 뮤지컬계의 이슈는 비싸진 티켓 가격, 그리고 배우들의 겹치기 출연 논란 등이었다”며 “그 영향으로 관객들의 ‘N차 관람’이 줄어들고 있다. 반복 관람을 줄이기 위해 꼭 봐야 하는 배우로 공연을 보려는 의지가 강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 뮤지컬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시장 규모에 비해 공연 건수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최 평론가는 “현재 뮤지컬 시장 규모에 비해 공연 건수가 너무 많다. 최장 6개월 정도의 시즌제로 공연이 진행되다 보니 기존에 조성된 인프라를 나눠서 가져가는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전 시즌 공연에서 다음을 이어갈 동력을 만들어야 다음 시즌이 가능함 △티켓 파워가 증명된 배우를 통해 동력이 생성되는 구조 △한정된 관객, 흥행성이 증명된 작품과 문법·스타일에 의지하는 경향이 현재의 뮤지컬 시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홍보 방식 다양화, 작품 소재·주제도 다채로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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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확산’은 홍보 방식의 변화, 그리고 한국 뮤지컬의 해외 진출 등을 포함한다. 온라인 ‘밈’의 영향으로 흥행에 성공한 ‘시카고’, ‘킹키부츠’, 팝업스토어로 일반 관객 동원에 나선 ‘알라딘’, ‘마리 퀴리’ 등은 관객층을 보다 확산하기 위해 홍보 방식에서 변화를 시도한 대표적인 사례다. ‘위대한 개츠비’, ‘어쩌면 해피엔딩’, ‘마리 퀴리’는 브로드웨이·웨스트엔드에 진출하며 영미권에 ‘K뮤지컬’의 저력을 알리기도 했다.
‘변화’는 작품의 성격과 주제, 소재 등에서 잘 드러난다. 우선 창작 초연 작품이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다. ‘일 테노레’, 서울예술단 ‘천 개의 파랑’, ‘홍련’, ‘긴긴밤’ 등이 대표적이다. 대학로에서는 ‘시스맨스’(시스터+로맨스) 범주 안에 포함되는 작품들이 대거 등장하며 ‘여성 젠더 감수성’의 변화도 보여줬다. 관객 참여 요소를 가미한 ‘그레이트 코멧’, 음악과 시(詩)를 공연의 핵심 요소로 극대화한 ‘하데스타운’의 흥행은 한국 뮤지컬 시장에서 관객의 수요가 더 다채로워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올해 전망에 대해서는 ‘참신성’을 키워드로 꼽았다. 최 평론가는 “기존 서사 중심에 꽉 찬 무대의 작품에서 창의적 시노그래피(공연예술에서 텍스트를 무대 위에 시각적으로 재현해 독자적인 의미를 구성하는 작업)를 다양한 서사와 결합하는 시도, 그리고 음악의 역할 다양화와 뮤지컬의 소재 확장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신성’의 일환으로 중소극장 뮤지컬에서 실력을 검증받은 배우들의 대극장 진출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최 평론가는 “‘광화문 연가’의 경우 중소극장 출신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공연에 활기를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한국 뮤지컬의 발전을 위해선 대학로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배우들을 대극장 뮤지컬이 적재적소에 적극적으로 기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창작진 부재 심각, 구조적 문제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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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성 공연 칼럼니스트는 “한국 뮤지컬은 인큐베이팅 제도가 잘 돼 있어서 좋은 작품은 초연까지 순조롭게 올라간다. 그러나 초연 이후 안정적으로 작업을 이어가는 창작진은 많지 않다”며 “초연으로 한 번만 주목받는 것이 아니라 창작진이 계속해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성숙한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뮤지컬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로 여겨지는 ‘고가 티켓’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이헌재 네오 대표는 “제작사 입장에서는 제작 원가가 점점 높아지고 있어 티켓 가격을 마냥 인상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원가를 더 높이지 않으면서도 작품의 질을 유지하는 방법, 동시에 더 많은 관객을 뮤지컬 시장에 유입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