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위를 달릴 만큼 고령층 소득 안정이 시급한 국가 현안으로 대두된 상황에서 정년 확대는 외면하기 어려운 대세다. 하지만 장 위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이미 여럿 나와 있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11월 “60세로 정년 연장 후 정년제가 있는 사업장의 고용은 2.87명 늘었지만 청년 신규 고용은 0.61명 감소했다”는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도 논문에서 “60세 정년 의무화로 청년층(15~34세)의 고용이 16.6% 줄었다”고 밝혔다. 개혁 없이 정년만 연장할 경우 기업부담이 커지는 것은 물론 미래 세대의 일자리를 빼앗는 격이 된다는 뼈아픈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년 연장 태스크 포스를 구성해 올 하반기 입법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국민의힘에도 국회 논의를 제안했다. 민생연석회의를 통해 발표한 ‘20대 민생의제’에도 법정 정년을 65세로 점진적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담았다. 국민의힘도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어 조기 대선 등 정치적 빅 이슈와 맞물릴 경우 정년 연장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중요한 건 경제, 사회 전반의 활력을 키우고 전체 이익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노동계가 “임금 감소 없이 정년 65세”를 주장하고, 민주당이 이를 지지한다지만 부작용이 확인된 이상 사전 보완 대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기업 규모와 업종 특성 등을 고려치 않고 호봉제 임금을 그대로 둔 채 정년 연장만 밀어붙일 경우 세대 갈등까지 부를 수 있음을 정치권은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