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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성장 침체에 빠진 한국문학의 활로가 ‘해외진출’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문학을 외국어로 번역하는 전문 번역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는 전문 번역가 양성 핵심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이스탄불국제도서전’에서 만난 괵셀 튀르쾨쥬(45) 에르지예스대 한국어문학과 교수는 “한국에도 좋은 문학작품이 많지만 해외에서 인지도는 터무니 없이 낮다. 한국은 한국문학을 세계에 알리려 노력하지 않는다. 해외에 한국문학을 알릴 번역가를 양성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문학을 터키에 알린 주역이다. 터키에 소개된 한국문학 15종 중 6종을 퇴르쾨쥬 교수가 번역했다.
그럼에도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내 번역가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8일 문체부가 발표한 제1차 문학진흥기본계획에 따르면 국내 번역가는 33개 언어권 837명이다. 이는 정확한 수치가 아니다. 문체부는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지원사업에 한 번이라도 참가한 적이 있는 모든 사람을 번역가로 집계했다.
대학 교수와 기업인 등 번역을 전문적으로 하지 않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이난아 번역가는 “실제 전문적으로 꾸준히 번역을 하는 사람들은 문체부가 발표한 수치의 4분의 1에도 못 미친다”고 말했다. 물론 대학 교수나 기업인들이 하는 번역이 모두 엉터리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문학을 번역한다는 일은 단순히 기계적으로 언어를 다른 나라 말로 옮기는 일은 아니다.
이 번역가는 “문학을 번역하기 위해서는 문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뿐 아니라 번역되는 언어권의 문화와 사회현상을 고려해야 한다”며 “번역을 책상에서만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직접 그 나라를 가보고 때로는 작가와 직접 소통해야 완전한 문학 번역을 완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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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양성을 위한 대응책 마련도 미흡하다. 가장 큰 문제인 번역가에 대한 처우 문제 개선은 찾아보기 힘들다. 문학진흥기본계획의 해외 진출 지원 방안을 보면 완역 비중 확대, 한국문학 디지털 도서관 콘텐츠 확충, 해외 번역가 초청 워크숍 운영 등만 있을 뿐 핵심은 건드리지 못하고 있다. 국내 출판물 해외 진출 예산은 내년도 올해와 마찬가지인 90억원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