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일본이나 중국, 나아가 동남아시아 국가의 음악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답하기 어렵다. K팝 이전에 ‘아시안팝’이 있다. 팝이란 보편적인 단어에 서구의 대중음악을 심어 놓는 사이 아시안팝은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K팝이 독자적으로 발달한 것처럼 보이는 건 착시다. 아시아 음악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강물처럼 흘렀다.
책은 복잡하게 얽힌 아시안팝을 ‘인터아시아’란 생소한 개념을 도입해 정의했다. 음악이 국경을 넘나들며 서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문화교통’이라 지칭했다. 일본의 J팝, 홍콩의 칸토팝 등 비교적 익숙한 이름부터 베트남의 V팝, 인도네시아의 I팝, 라오스의 L팝 등 서양과 다른 경로로 발전한 아시아의 음악의 공통점을 찾고 역사·문화적 맥락의 차이를 짚었다.
책은 아시안팝을 네 가지 범주로 묶어 분석했다. 피지배와 지배국으로서 역사를 공유하는 한국과 일본, 중국어권으로 묶이는 홍콩과 대만·중국, 음악으로 계급에 저항해온 인도차이나 반도와 필리핀·인도네시아·싱가포르 등 음악으로 식민주의를 벗어나려 한 국가들이다. 여러 국적을 가진 저자들이 각국의 음악이 어떤 경로로 현재에 이르렀는지 간단하게 풀어내려 노력했다. 연도별로 발전과정을 정리하고 공통점을 뽑아 아시안팝의 역사를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