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사설]미 국방장관 후보자 "北은 핵 보유국"... 대북 정책 바뀌나

논설 위원I 2025.01.17 05:00: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차기 행정부가 지금껏 한미를 포함한 국제사회가 일관되게 유지해 왔던 한반도 비핵화 정책에 중대 변화를 예고했다. 트럼프 차기 대통령이 지명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후보자가 북한을 ‘핵 보유국’이라고 지칭한 것이 그것이다. 그는 지난 14일 상원 군사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앞서 제출한 답변서를 통해 북핵으로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 더 나아가 세계 안정에 위협이 된다고 우려를 표명하면서 이렇게 언급했다. 북핵에 대한 강도 높은 견제 필요성을 강조한 얘기지만 이를 기정사실화한 셈이다.

이 같은 언급은 그동안 북한을 핵 보유국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미국 역대 정부의 입장과 어긋난다.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기 며칠을 앞둔 상태에서도 마찬가지다. 조 바이든 현 정부의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이 고별 기자회견에서 “우리 정부는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는 데까지 가지 않았다”고 견해를 밝힌 데서도 확인되는 사실이다. 지난 트럼프 1기 정부에서도 이러한 태도는 다르지 않았다. 종래 입장이 트럼프 2기 정부에서 바뀐다면 우리의 대북정책도 대폭적인 전환이 불가피하다.

물론 아직은 추이를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헤그세스 후보자의 이런 평가가 과거의 북핵 관련 협상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데서 나온 단순 실수일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고 고위 책임자들이 ‘핵 보유국’ 용어를 반복해서 사용하는지 여부를 지켜봐야 북핵 접근 방식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북핵 문제와 관련한 그동안의 협상이 성과를 내지 못한 데다 미국 정부 내에서도 기류가 바뀌는 조짐이 없지 않다는 점을 주의깊게 살필 필요가 있다.

당사자인 우리 입장에서는 ‘북한 비핵화’ 원칙을 지켜야만 한다. 북한이 안보리 결의까지 위반하면서 불법으로 핵 개발에 매달려 왔기 때문이다. 현행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상 북한이 핵 보유 지위를 갖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트럼프 차기 대통령이 과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이 성사됐을 때 돌출행동을 보여 주었듯 앞으로도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을 정부는 유념해야 한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