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볼 코트로, 토론장으로...여기 극장 맞아?

장병호 기자I 2021.04.29 06:00:00

30일 개막하는 국내 대표 연극제
창작극 5편·번역극 3편 총 8편 무대로
''다른 여름'' ''생활풍경'' 등 관객 몰입 극대화
"의미 있는 작품, 묵직한 화두 담아"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국내 대표 연극제인 ‘제42회 서울연극제’가 30일부터 5월 31일까지 한 달간 서울 대학로 일대에서 열린다. 지난해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객석점유율 86.5%를 기록한 ‘서울연극제’는 올해 창작극 5편과 번역극 3편 등 총 8편의 공식 선정작과 부대행사로 관객과 만남을 준비 중이다. 특히 올해는 색다른 ‘관극 체험’을 제공하는 작품들이 포진해 있어 눈길을 끈다. 일종의 관객 참여형 공연으로 연극의 새로운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제42회 서울연극제’ 공식 선정작 창작집단 상상두목 연극 ‘다른 여름’의 콘셉트 이미지(사진=서울연극협회)
창작집단 상상두목의 연극 ‘다른 여름’(5월 11~16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은 관객을 작품 속 배경인 핸드볼 코트로 초대한다. 관객의 몰입을 극대화하기 위해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의 기존 600여석 대신 무대 위에 100여석의 가설 객석을 마련한다.

시인이자 극작가·연출가인 최치언의 신작으로 핸드볼 코트에서 일어난 의문의 화재 사건을 그린 ‘스포츠 심리 추리극’이다. 고려대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 핸드볼부 선수들이 직접 출연해 한 편의 핸드볼 경기를 관람하는 듯한 열기를 관객에 전한다. 극단 관계자는 “‘다른 여름’은 체육관 화재사건의 행적을 좇아가는 추리극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코로나19 시대에 관계로부터 고립된 우리들에게 ‘지금은 우리가 지나가야 할 여름이면서 이 시대가 같이 지나가야 할 여름이다’라는 메시지를 보낸다”고 소개했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파격적인 주제와 형식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켜온 극단 신세계는 지난해 초연한 ‘생활풍경’(5월 14~23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을 다시 무대에 올린다. 2017년 서울 강서구에서 발달장애인 특수학교 설립을 놓고 벌인 실제 토론회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지난해 초연 당시 공연장을 토론장으로 설정하고 배우들이 객석에서 연기하며 새로운 관극 체험을 선사했다. 특수학교 설립 찬반으로 나뉜 객석 사이사이에 배우들은 실제 토론에 참여하며 관객의 참여를 유도한다. 장애와 차별 등 작품의 주제에 대해 보다 깊이 있게 고민하게 만든다. 올해는 초연보다 더 업그레이드된 무대를 준비 중이다.

‘제42회 서울연극제’ 공식 선정작 극단 신세계 연극 ‘생활풍경’의 한 장면(사진=서울연극협회)
극단 이루의 ‘나는 지금 나를 기억한다’(4월 30일~5월 9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극단 ETS의 ‘정글’(5월 22~29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도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문다. ‘나는 지금 나를 기억한다’는 극장·관객·연출가·배우·작가의 이야기를 연극 속의 연극, 연극 밖의 연극으로 풀어내며 관객을 극 속으로 끌어들인다. ‘정글’은 서유럽 최대 난민촌인 칼레 난민 캠프를 배경으로 한 이머시브 형태의 공연으로 지난해 초연해 호평을 받았다.

이밖에도 지난해 연극 ‘왕서개 이야기’로 평단의 극찬을 받았던 이준우 연출과 극단 배다의 신작 ‘붉은 낙엽’(5월 20~29일 아트원씨어터 3관)을 비롯해 LP 스토리의 ‘허길동전’(4월 30일~5월 9일 씨어터 쿰), 극단 대학로극장의 ‘노인과 여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5월 7~16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극단 사개탐사의 ‘이단자들’(5월 7~16일 아트원씨어터 3관) 등이 ‘제42회 서울연극제’를 통해 관객과 만난다.

올해 예술감독을 맡은 연출가 김승철(창작공동체 아르케 대표)은 “코로나19의 여파로 축제 분위기를 느끼기 어려워 아쉽지만 기대할 만한 작품으로 공식선정작 라인업을 구성했다”며 “관객에게 의미 있는 작품으로 남아 묵직한 화두를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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