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뮤지컬 1세대 배우인 남경주(57)도 2020년 공연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지난해 2월 뮤지컬 ‘빅 피쉬’를 마치고 ‘맘마미아!’에 출연할 예정이었던 그는 코로나19로 공연이 취소되면서 1년 가까이 무대에 서지 못했다. 주변의 후배 뮤지컬인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곁에서 보며 함께 힘든 시간을 견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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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6일부터 5월 2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한 ‘위키드’는 코로나19 팬데믹 속 공연이 그리웠던 관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전석 매진을 기록해 흥행에 성공했다. 20일부터는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남경주는 ‘위키드’의 마법사 역을 맡아 초연부터 이번 세 번째 시즌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위키드’에 출연한 배우다. 오는 21일 부산 공연에선 ‘위키드’ 300회 출연의 기록을 세운다.
“‘아이 러브 유’처럼 700회 이상 출연한 뮤지컬도 있어 300회라는 숫자에 큰 의미를 두려고 하진 않아요(웃음). 숫자를 떠나 ‘위키드’는 개인적으로 의미가 큰 작품이죠. 2008년 임신한 아내와 미국에서 함께 본 작품이었고, 그 다음해 아이가 태어난 뒤 ‘위키드’의 한국 첫 공연에서 마법사 역을 맡았거든요. 원작자인 스티븐 슈왈츠는 저의 뮤지컬 주연작인 ‘갓스펠’의 원작자이기도 해 남다른 인연이 있고요. 좋아하는 뮤지컬을 꼽는다면 두세 손가락에 꼽을 작품입니다.”
‘위키드’에서 마법사의 역할 비중은 사실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마법사이고, 주인공 엘파바의 비밀을 알게 해주는 중요한 키를 쥔 인물로 각 나라마다 뮤지컬계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배우들이 맡는다. 남경주는 “세 번째 시즌이지만 초연과 마찬가지로 어떻게 하면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의 마법사를 보여줄지 고민하며 무대에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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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직을 제안받았지만 완강히 거절했다. 남경주는 “나는 여전히 무대에 서야 하는 배우이고, 학생들도 가르치고 있는 만큼 아직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어느 새 60세를 바라보는 나이가 됐지만 내 나이에 맞는 역할로 무대에 꾸준히 서며 뮤지컬배우도 나이와 상관없이 계속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기고 싶다”고 덧붙였다.
오는 8월에는 ‘위키드’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나하나 등과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가 제작하는 창작뮤지컬 ‘금악’에 출연한다. 남경주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자연스럽게 배우로서의 초심을 더 돌아보게 된다”며 “코로나19가 종식돼 마스크를 벗은 관객이 함께 환호하는 그날을 기다리며 더 열심히 무대에 서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