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벌금형만으로 금융진출 좌초될 뻔"…카카오를 구한 변호사들

안대용 기자I 2020.03.25 00:45:00

`기업집단 신고누락` 김범수 무죄 이끈 지평 공정거래팀
김지홍 팀장 "단순실수 형사처벌, 성장기업에 부당한 장벽"
"코로나19에 공정위도 달라질 것…배민 합병심사 주목"

[이데일리 안대용 기자] 삼성SDS 입사 동기이자 정보기술(IT)분야의 두 거물. 기업 총수가 된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또 하나의 공통분모를 갖게 됐다. 기업집단 지정과정에서 일부 계열사 신고를 누락한 혐의로 홍역을 치렀다는 점 말이다.

앞서 재판을 받게 된 김 의장은 대법원까지 모두 무죄를 받았고, 이 GIO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발했지만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형사재판으로 가지 않고 사건이 마무리됐다. 두 사건 모두 지정자료 허위 제출 행위에 대한 `고의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결과였다.

법무법인 지평의 공정거래팀장을 맡고 있는 김지홍(왼쪽) 변호사와 장품 변호사. (사진=지평 제공)


1심부터 김 의장의 변호를 맡아 최근 최종 무죄 선고를 이끌어낸 김지홍(48·사법연수원 27기) 법무법인 지평 공정거래팀장은 24일 “의도적인 자료 제출 누락이면 모르겠지만 실수에 의한 단순 누락에 대해 과태료 같은 행정제재도 아닌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비례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고의성 입증이 부족한 행위마저 형사처벌 할 경우 금융산업을 비롯해 다양한 산업 진출을 모색하는 성장 기업에 부당한 장벽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산업 진출 걸린 카카오, 단순 벌금형 아닌 수천억 규모 사건

애초 공정위는 카카오 측의 지정자료 제출 누락에 대해 경고 처분에 그쳤지만, 검찰은 그간 공정위의 경고 처분 사안들 중 일부를 가려내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약식기소 이후 1억원의 벌금형을 구형했고 김 의장은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김 변호사는 “벌금형이라고 해도 유죄가 선고될 경우 카카오가 전사적으로 추진하는 금융산업 진출이 좌초될 수 있었던 상황”이라며 “카카오뱅크 대주주 지분 인수에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단 점에서 분쟁 금액이 수천억원 규모의 천문학적 액수로 평가될 수 있는 사건이었다”고 평가했다.

김 변호사를 중심으로 한 공정거래팀은 김 의장에게 허위 자료 제출의 고의가 없었다는 점에 변론을 집중했다. △실무자조차 헷갈릴 정도로 지정자료 제출 관련 규정이 복잡하다는 점 △누락된 회사들이 카카오의 사업과 무관한 점 △누락 회사들을 제외하고도 이미 자산총액 5조원을 넘겨 기업집단 지정이 가능했던 점 등을 `고의 없음`의 주된 근거로 들었다.

김 변호사는 “카카오 입장에서 자료 제출이 누락된 회사들을 감출 이유가 없고, 누락했다 받게 될 수 있는 불이익을 고려하면 더욱 고의가 있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업계 안팎에선 `경제 검찰`로 통하는 공정위와 검찰 간 알력 다툼 탓에 비롯된 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때는 검찰이 공정위랑 권한 싸움을 하다 `새우 등 터진 꼴`”이라면서 “네이버 건을 그냥 넘겼다간 뒤탈이 날 것 같으니 공정위가 최종 결정 권한을 검찰에 넘긴 모양새”라고 해석했다.

자산총액이 5조원을 넘을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한 예비조사 건이 고발 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도 논란의 불씨로 남았다. 법조계 관계자는 “네이버의 경우 문제가 된 시점의 자산총액은 3조4000억원 정도여서 관련 처벌 규정이 없는데도 고발이 이뤄진 것”이라며 “기준에 못 미치는 기업에 대해 처벌할 경우 위헌 소지도 있다”고 꼬집었다.

◇`코로나19`에 공정위 칼날도 영향…배민 합병 심사 등 주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에 따른 경제 침체 여파로 공정위의 감시·규제 등 업무의 강도와 속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 변호사는 “코로나19로 인해 국민경제가 심각히 위협받는 상황에서 공정위도 이를 감안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규제와 단속이 중소기업 보호 관점에선 더 강하게, 기업 인수·합병 측면에선 상대적으로 느슨해지는 등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공정위는 최근 “국민이 체감하는 `공정하고 활기한 시장생태계`를 구현하겠다”며 3대 분야, 6개 핵심과제를 중심으로 한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김 변호사는 이와 관련, 세계 경제의 관점에서 가장 각광받는 ICT 플랫폼분야의 사업자 감시 부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최근 경제 흐름이 구글, 아마존 등 플랫폼 경제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며 “이 부분에서 규제를 어떻게 얼마나 할 것인지 치열한 집행과 공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외국계 기업의 국내 기업 인수와 갑을관계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독일계 배달서비스업체 딜리버리히어로의 우아한형제(배달의 민족) 인수에 대한 기업결합 심사와 코로나19 사태 전부터 이미 신산업으로 주목받은 바이오헬스 관련 사업에 대한 점검도 눈여겨 볼 부분”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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