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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상황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파출소의 경찰관이 휴대전화 소유자를 확인하기 위해 화면을 켠 순간, 텔레그램 메신저에서 의심스러운 대화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소금 모양의 프로필 사진을 가진 계정과 마약 은어로 추정되는 대화명. 경찰관의 직감이 움직였다.
경찰은 휴대전화를 면밀히 조사하기 시작했다. 텔레그램과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술’(필로폰의 은어), ‘브액’(합성대마의 은어) 등 마약 거래를 암시하는 대화들이 발견됐다. 파출소는 곧바로 이 휴대전화를 경찰서 형사과로 넘겼고,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형사들은 휴대전화에서 확보한 정보를 토대로 8월 10일 오전, 첫 용의자를 긴급체포했다. A씨는 마침 이사를 준비하고 있었고, A씨 차량에 실린 이삿짐 상자에서는 주사기 41개와 액상 카트리지 11개가 발견됐다. 이어진 수사에서 또 다른 용의자 B씨도 특정됐다.
하지만 수사과정에서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할 때 법원의 영장을 발부받지 않았고, 피의자에게 참여 기회도 주지 않았던 것이다. 이는 재판 과정에서 핵심 쟁점이 됐다.
1심 재판부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며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자백한 점을 근거로 유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대법원까지 올라갔고, 결국 대법원은 “위법한 수사로 얻은 증거에 기초한 법정 자백도 증거능력이 없다”며 지난 9일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평범한 분실물 처리로 시작된 이 사건은, 결국 수사기관의 적법 절차 준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우는 판례가 됐다. 마약 사건을 해결하려는 수사기관의 의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법적 절차를 지키지 않는다면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