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주소제 도입 방안이 이번에 처음 제시된 것은 아니다. 지난해 국회입법조사처가 연구보고서를 통해 우선 인구감소 지역을 대상으로 복수주소제를 시범실시하는 방안을 거론한 바 있다. 지방에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복수주소제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강원도 출연 기관인 강원연구원 등 지방 싱크탱크 여러 곳에서 복수주소제 도입을 제안했다. 전라·경상도 8개 광역지자체장 협의기구인 ‘영호남 시도지사 협력회의’가 공동성명으로 복수주소제 도입에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에서는 국무총리실 규제혁신추진단을 중심으로 복수주소제 도입 가능성을 다각도로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모두가 제안과 논의, 검토 차원일 뿐 실제 추진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복수주소제 도입은 성격상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해야 하기에 지자체 차원에서 추진하기 어렵다.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한 시범실시도 전면적 도입을 상정하고 그 전 단계로 이뤄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정부도 복수주소제의 순기능만 보고 부작용을 무시할 수 없어 선뜻 도입 추진에 나서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복수주소제는 국민의 생활과 활동 반경을 키워 지방의 인구 증가와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교육과 부동산 투자 목적의 위장전입을 사실상 합법화하는 문제점이 지적되기도 한다.
하지만 지방소멸 위기가 심각함을 고려하면 그 해법의 하나로 복수주소제 도입을 적극 추진해볼 만하다. 독일 등 유럽 여러 나라의 선례를 참고해 우리 여건에 맞는 제도를 설계할 수 있다고 본다. 예상되는 부작용은 미리 대비를 잘하면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에 비해 크게 발달한 교통과 통신 인프라도 복수주소제의 조기 정착에 도움이 될 게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