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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정부 10조 추경에 野 반대, 시기 놓치면 무슨 소용 있나

논설 위원I 2025.04.02 05:00:00
정부가 공식화한 10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놓고 여야가 또 맞서고 있다. 미국발 상호관세 우려에 주식시장과 환율이 또 흔들리면서 경제의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어 실기로 추경의 효과를 반감시킬까 걱정이다. 재정투입은 규모에 못지않게 집행 시기가 중요한 까닭이다.

추경안을 내놓으면서 정부가 밝힌 용처는 세 가지다. 75명의 사상자에 4만 8000ha 산림을 파괴한 괴물 산불 피해주민들의 조속한 일상복귀를 위한 신속 지원, 미국 관세 등 통상리스크 적기 대응, 물가 대응을 포함한 민생지원 등이다. 모두 머뭇거릴 여유가 없는 시급한 현안이다. 역대 최악의 산불 피해만 해도 재해나 재난이라는 말로 다 형용을 못할 정도의 대재앙이다. 더구나 생활의 터전을 다 잃은 피해주민들은 고령자가 많아 풍찬노숙에 의료품까지 부족한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생활 지원은 정부가 존재하는 이유다. 총성 없는 통상전쟁이 현실화함에 따라 이에 대한 긴급 대응 또한 조금도 늦출 일이 못 된다. 한국 주력 산업의 생존이 위협받고 AI(인공지능) 등 첨단 산업 주도권 경쟁이 격화되는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국가의 역량을 하루빨리 총동원해야 한다. 이런 과제들이 몇 조 원 규모의 재정 투입으로 즉각 해결될 리는 없지만 화급한 것만은 분명하다.

이런 판에도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35조원의 대규모 편성안을 요구하며 정부 안에 협력을 않고 있다. 지역상품권 발행과 전 국민 소비 쿠폰 지급 등 그간 민주당이 해온 주장을 돌아보면, 차제에 정부가 설명한 긴급 3대 지출을 크게 뛰어넘는 슈퍼 추경을 짜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꼭 필요한 필수지출의 적정 규모로 가는 게 맞다. 더구나 국내외 경제·금융 여건을 보면 올해 추경이 한번으로 끝난다는 보장도 없다.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을 보면 2006년 국가재정법 제정 이후 16차례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는 데는 평균 2개월 걸린다. 지금 합의해도 5월 전 집행은 쉽지 않다는 얘기다. 물론 11일 만에 합의로 통과시킨 좋은 선례도 있다. 이번 추경은 역대 어느 추경 못지않게 절실하고 다급하다. 가뜩이나 부족한 나랏돈, 실기하면 쓰는 의미도 효과도 반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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