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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료품주는 지난해 하락장 속에서 몇 안 되는 플러스 상승률을 기록한 지수 중 하나였다. 실제로 지난해 7월 대비 연말 주가 상승률은 4.42%로 비금속광물(23.67%), 보험(10.06%), 철강금속(9.85%)의 뒤를 이으며 경기방어주로 주목받았다.
올 들어 하락세로 접어든 이유는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소비지출이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지난해 국제곡물 가격 급등에 따른 가격 인상 행렬로 피로감이 누적된 상황에서 고물가 여파로 실질임금도 하락하고 있어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기 쉽지 않아졌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에 성장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옮겨간 것도 음식료품주가 부진한 이유로 꼽힌다. 음식료품주는 불안정한 거시경제 상황에서는 경기방어주로서 매력이 부각되며 벤치마크 지수를 앞서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지금처럼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수요 위축 전망으로 인해 경기방어주의 프리미엄이 약화된다는 설명이다.
실적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워진 것도 투심을 짓누르는 요인이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CJ제일제당(097950), 오리온(271560), 오뚜기(007310), 농심(004370), KT&G(033780), 롯데칠성(005300), 하이트진로(000080) 등 음식료·담배 관련 14개 기업의 1분기 합산 매출액은 17조410억원, 영업이익은 1조100억원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액은 7% 증가하지만 영업이익은 16.5% 감소한 규모다. 특히 CJ제일제당(-34%)과 KT&G(-12.5%), 하이트진로(-45.4%), 대상(-22.3%)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대 감소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올 상반기 음식료품 기업의 실적 눈높이가 추가적으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까지 지속된 음식료업체의 견조한 물량성장 흐름과 가격 전가력이 상당 부분 희석된 데다가 가격 인상에 따른 피로감이 소비절벽으로 이어져 영업이익에 부적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경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펀더멘털 악화로 방어주로서의 업종 역할은 다소 아쉬운 상황”이라며 “점유율 상승과 시장 호조로 상대적인 견고함이 부각되는 업체 중심의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조언했다.
김 연구원은 “원가 부담과 수차례 가격 인상 누적에 따른 소비 감소로 인해 업종 전반적인 증익 기대감이 약화된 상황”이라며 “내수 시장 내 독과점 지위가 강화되는 업체나 해외 수출로 판매량이 늘어나는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