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6일 기준금리를 3%로 동결했다. 한은은 지난해 10월과 11월에 거푸 금리를 내렸으나 세 차례 연속 인하에는 제동을 걸었다. 무엇보다 환율 상승에 따른 물가불안 우려가 컸다. 원화 환율은 달러당 1500원에 육박하는 수준에서 떨어질 기미가 없다. 환율이 오르면 그만큼 수입품 값이 뛰고, 이는 다시 국내 물가를 자극한다. 물가안정을 최고의 정책 목표로 삼는 한은이 금리를 묶은 것은 이해할 만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인하 속도 조절에 나선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곧 출범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관세를 올리면 물가가 다시 불안해질까 우려한다. 그래서 연준은 작년 12월 금리를 4.25~4.5%로 0.25%포인트 내리면서도 추가 인하에는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심지어 연내 인하가 아예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고금리 장기화 전망이 나오자 달러는 더욱 강세를 띠었다. 자연 원화 등 다른 나라 통화 가치는 더 낮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를 낮추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한은은 경제성장률을 관리해야 할 책무 역시 가볍지 않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이 1.9%에 그칠 것으로 본다. 정부는 이보다 낮은 1.8%, 국제 투자은행들은 평균 1.7%를 제시했다. 하나같이 잠재성장률 2%를 밑돈다. 작년 1~11월 소매판매액은 2003년 카드 대란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계엄 충격에 휩싸인 고용시장은 작년 12월 취업자 수가 3년 10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장기 침체는 고물가 못지않게 서민과 기업의 어깨를 짓누른다. 내달 25일 차기 금통위에선 성장률 요인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금리 동결로 재정의 역할이 더 커졌다. 정부는 1분기에 예산의 40%, 상반기에 70%를 조기 집행하는 등 경기 방어에 힘을 쏟고 있으나 한계가 있다.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 방향에서 필요하면 추가경기 보강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도 큰 틀에서 추가경정예산 편성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차제에 여·야·정 국정협의체를 가동해 민생·경제 법안과 함께 추경을 우선 과제로 논의하기 바란다. 논란이 큰 지역화폐 예산이 추경 편성의 발목을 잡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