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을 호밀빵에 싸먹는 샌드위치
레시피 소개 영상 조회수 600만회
탄수화물 폭탄이지만 고소함 일품
세계인의 일상에 스며드는 'K라면'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무엇이든 먹어보고 보고해 드립니다. 신제품뿐 아니라 다시 뜨는 제품도 좋습니다. 단순한 리뷰는 지양합니다. 왜 인기고, 왜 출시했는지 궁금증도 풀어 드립니다. 껌부터 고급 식당 스테이크까지 가리지 않고 먹어볼 겁니다. 먹는 것이 있으면 어디든 갑니다. 제 월급을 사용하는 ‘내돈내산’ 후기입니다. <편집자주>
| 빵 사이에 신라면을 끓여 넣은 신라면 샌드위치 (사진=한전진 기자) |
|
치즈가 코팅된 면발에 호밀빵의 거친 느낌이 어우러지면서 묘한 식감을 만든다. 신라면의 짭조름함과 버터의 풍미도 입안을 채운다. 36년간 이런 맛은 처음이다. 낯설다 생각했는데 먹다 보니 어느새 한 개를 다 먹었다. 마치 샌드위치와 라면을 함께 먹는 것 같다. 우유랑 먹으니 나름 괜찮은 한 끼다. 그래도 한국 사람인지라 그냥 신라면이 더 맛있는 건 어쩔 수 없다.
최근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목을 끌고 있는 레시피가 있다. 바로 신라면 샌드위치다. 호주 레스토랑 ‘노던 깃’의 영국 셰프 ‘마이클 슬레이드’가 지난 10월 16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신라면을 이용한 요리법을 선보였는데 그게 ‘신라면 샌드위치’였다. 그는 “자신만의 길티 플레저(죄책감을 동반하는 즐거움)라며 혈관이 막힐 듯한 맛”이라고 소개했다.
해당 영상은 현재 11만개의 좋아요를 받고 조회수 600만회를 넘어섰다. 댓글에는 ‘탄수화물 폭탄’, ‘놀라운 괴식’, ‘생각과 다르게 맛있다’ 등 여러 국적의 사람이 시식평을 남기고 있다. 라면을 빵에 싸먹는 모습에 국내서도 ‘한국인을 경악시키는 맛’으로 입소문을 타는 중이다.
| 호주 레스토랑 노던 깃의 셰프 마이클 슬레이드가 신라면 샌드위치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노던 깃 인스타그램) |
|
라면을 좋아하는 기자도 모처럼 색다른 경험을 위해 신라면 샌드위치 만들기에 도전해봤다. 비교적 재료도 간단했다. 신라면과 체다치즈 3~4장, 버터, 호밀식빵이면 끝난다. 조리법도 어렵지 않다. 평소 3분의 1 정도의 물에 신라면을 졸이듯 끓인다. 이후 체다치즈가 있는 그릇에 면만 덜어 서로 비벼준다. 이후 버터를 바른 호밀식빵에 면을 덜어 샌드위치처럼 먹으면 된다.
다 만들면 충격적인(?) 비주얼에 놀란다. 빵 사이로 빠져나오는 면발의 모습이 매우 거슬린다. 눅진해진 치즈 덩어리에 냄새조차 범상치 않다. 면발을 따로 덜어 치즈와 비비기 귀찮다면 차라리 신라면 투움바나 까르보나라 불닭볶음면 제품을 사용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맛. 호밀빵과 면발에 치즈까지 더해져 담백함이 극대화된다. 그야말로 탄수화물의 향연을 느낄 수 있다. 건조한 호밀빵에 부드러운 면발이 씹히는 것이 킥(자극)이다. 씹다보면 신라면의 짠맛도 나오는데 질릴 법한 빵의 맛을 잡아준다. 우유랑 먹으면 고소함이 더 묵직해진다. 라면을 잘 삶은 마카로니라고 생각하면 왜 빵에 넣으려고 했는지 이해가 간다.
| 버터를 바른 호밀식빵에 면을 담아 싸먹으면 된다. (사진=한전진 기자) |
|
먹다보면 왜 외국에서 반응이 나쁘지 않은지 알 수 있다. 빵과 치즈 버터가 신라면의 매력은 살리면서 매운맛은 잡아준다. 영양소가 아쉽다면 오이 양상추 등 채소를 넣어도 좋을 것 같았다. 실제로 빵과 면을 같이 먹는 것은 그리 낯선 문화가 아니다. 일본의 ‘야키소바빵’이 대표적이다. 핫도그 빵에 볶음국수와 채소를 넣어준다. 일부 가게는 스파게티를 사용한다.
다만 보통의 한국 사람에겐 지나치게 느끼한 편이다. 평소 밀가루의 맛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면 추천하고 싶지 않다. 빵과 라면을 동시에 먹다 보니 아무래도 속이 편치 않은 것도 단점이다. 높은 열량도 큰 부담이다. 라면과 빵, 치즈, 버터를 합하면 1000㎉에 육박한다.
그럼에도 신라면 샌드위치는 한국 라면의 위상을 보여주는 메뉴로 꼽힌다. 한국 라면이 세계인의 일상 속에 스며들기 시작했다는 방증이라서다. 자국 문화와 결합한 창의적 요리법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소비자 스스로 조리법을 만드는 모디슈머 열풍은 새로운 트렌드를 이끄는 원동력이다. 불닭파스타, 똠양꿍 신라면이 이젠 낯설지 않은 지금이다.
| 한국인에게는 다소 낯선 모습이지만 외국에서는 익숙한 풍경일 수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