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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선 하나만 얹었을 뿐’인가. 두 토막으로 분할한 화면의 위·아래가 전혀 다른 전경이다, 다른 색감이다. 아랫세상 초록잔디와는 확연한 대비를 이루는 윗세상 무채색나무. 언젠가 사그라들 존재의 변화를 이렇게 말하려 했나.
작가 박상미(44)는 오래전부터 먹과 채색의 대조적 질감으로 독특한 화풍을 만들어왔다. 핵심 주제이자 소재는 ‘식물’. 덕분에 한때는 ‘채식주의자’라 불리기도 했더랬다.
시작은 집안에 가둔 듯 늘어놓은 화분이었다. 비쩍 마른 색의 그들이 마당으로 화원으로 슬금슬금 ‘진출’하더니 결국 산과 들에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었다. 저 빛바랜 세상을.
최근에는 좀더 절실해졌나 보다. 외할머니와의 추억 때문이란다. 어린 시절 할머니가 가꾸던 정원을 기억해냈다는 건데. 불현듯 그 정원이 할머니와 함께 사라져 버리면서, 늘 때마다 색을 바꾸던 정원의 계절을 속절없이 겪어내고 있다는 거다.
영원할 수 없는 관계, 붙들 수 없는 푸름이 애달픈 ‘그녀의 정원’(2020)은 그렇게 나온 연작 중 한 점이다. 파스텔톤 서양물감인가 싶지만, 장지에 수묵채색을 올려 완성한 작품이다. 수십번 덧칠해 ‘매끈한 탁함’을 얻었다. 우리네 인생이 그렇듯.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율곡로3길 이화익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모르는 계절’에서 볼 수 있다. 장지에 수묵채색. 169×137㎝. 작가 소장. 이화익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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