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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강한 룩셈부르크의 매력[공관에서 온 편지]

김인경 기자I 2025.03.21 05:00:00

세계에서 유일한 대공국, 1인당 GDP 세계 1위
대중교통 무료, 독특한 매력을 가진 나라
6·25 참전, 한류 열풍 등으로 한국과 특별한 인연
양국에 상주 대사관 개설로 협력 확대 기대

[전영희 주룩셈부르크대사] 룩셈부르크는 인구 67만여 명, 면적은 제주도 1.4배에 해당하는 서유럽의 중심에 있는 나라다. 2024년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에 따르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24년 13만 5000 달러로 세계 1위이며 대공(Grand Duke)이 국가를 이끌고 있다. 필자는 작년 8월 말 룩셈부르크에 부임했다. 시내 아돌프 다리에서 보면 번화한 도심, 고풍스러운 건축물과 성곽, 아름다운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룩셈부르크는 과
전영희 주룩셈부르크대사(사진=외교부)
거, 현재, 미래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독특한 곳이다. 그 속에선 여유가 넘친다. 많은 수식어가 붙는 룩셈부르크는 어떤 매력이 있을까.

입헌군주제인 룩셈부르크는 세계에서 유일한 ‘대공국’(Grand Duchy)이다. 지리적으로 벨기에, 프랑스, 독일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유럽연합(EU) 통합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대부분 유럽에서 국경을 자유롭게 건널 수 있게 된 ‘솅겐 조약’이 바로 룩셈부르크 동남부 작은 마을 솅겐에서 체결됐다. 룩셈부르크는 유엔(UN), 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베네룩스 연합 등에 초창기부터 가입했으며 국제 사회에서 협력을 중시해 왔다.

또 다른 특징은 ‘다문화 사회’라는 점이다. 룩셈부르크어, 프랑스어, 독일어가 공용어이고 영어도 통용된다. 근로자 가운데 거의 절반이 외국인이며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국제화된 나라다. 인근 나라 많은 통근자가 국경을 넘어와 일한다. 2020년부터 교통 혼잡을 줄이고 누구나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트램, 버스, 기차 등 국내 대중교통이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룩셈부르크는 강한 나라다. 한때 철강 산업이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글로벌 금융 중심지로 변모했다. 미국 다음으로 투자 펀드가 많이 몰리는 곳이다. 나아가 우주, 데이터 등 첨단산업으로 영역을 확장해 세계 경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작지만 강한 나라’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곳이다.

우리에게 룩셈부르크는 유럽 여행 중 한 번쯤 거쳐 가는 나라일지도 모른다. 199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옛 도시와 요새들을 놓친다면 아쉬운 일이다. 유럽 감성과 역사가 가득한 이곳을 둘러보는 것도 묘미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룩셈부르크는 한국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 6·25전쟁에 룩셈부르크는 참전 용사 100여 명(파병 연인원으로 국방편찬연구소 기준 수치)을 파병했다. 소규모 병력으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당시 군대 병력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작지 않은 규모였다. 이들은 낯설고 먼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헌신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은 한국과 룩셈부르크 간 우정을 이어주는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룩셈부르크에서도 한류 열풍이 불고 있다. 한국어, K팝, 드라마, 뷰티, 푸드 등 한국 문화가 점점 인기를 끌고 있다. 얼마 전 두 나라 사이에 ‘워킹 홀리데이 협정’이 체결돼 젊은 세대의 교류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양국은 상주 대사관을 각각 처음으로 개설했다. 이는 실질적인 교류와 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다. 앞으로 경제, 신흥기술, 문화,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과 룩셈부르크는 과거, 현재, 미래를 함께하고 있다. 이러한 특별한 유대와 협력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이제 우리의 가까운 친구로서 룩셈부르크에 더 관심을 둬 보는 것은 어떨까.
룩셈부르크의 한 풍경(사진=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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