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끝내자"…삼성, 협력사 8000명 직고용

윤종성 기자I 2018.04.18 05:30:00

삼성전자서비스 "노조활동도 보장"
고용 비용 부담 떠안고 이례적
대기업 간접고용시장 변화올듯

17일 서울 마포구 가든호텔에서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직원 직접 고용에 합의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병훈 사무장, 곽형수 수석부지회장, 나두식 지회장, 삼성전자서비스 최우수 대표이사, 최평석 전무. [삼성전자 제공]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직원 약 8000명을 직접 채용하기로 했다. 특히 노조활동도 보장하겠다고 밝히면서 삼성의 ‘무노조 경영’ 기조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한 뒤, 삼성SDI의 삼성물산 지분 매각에 이어 다시 한번 용단을 내렸다는 시각이 많다.

삼성전자서비스는 17일 전국금속노조와의 협상을 통해 90여개 협력사 직원을 직접 고용하는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자회사를 설립해 협력사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기존 방식과는 달리, 직접 고용으로 전환하는 것이어서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8000명을 한꺼번에 고용하면서 사측이 떠안게 되는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이날 합의로 현재 운영 중인 협력사와의 서비스 위탁계약을 해지하고, 협력사 대표들과 대화를 통해 보상 방안 등을 협의할 계획이다. 또 노조 및 이해 당사자들과 직접 고용에 따른 세부 내용에 대한 협의도 시작하게 된다. 이날 합의에 따라 삼성전자(005930) 제품에 대한 서비스업무 절차는 기존 ‘삼성전자-삼성전자서비스-협력사’ 구조에서 ‘삼성전자-삼성전자서비스’로 단순화된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앞으로 합법적인 노조 활동을 보장하는 한편 노사 양측이 갈등 관계를 해소하고 미래지향적인 회사 발전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면서 ”협력사 직원들이 직접 고용되면 고용의 질이 개선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재계 1위인 삼성의 이번 결정으로, 비슷한 요구가 제기되고 있는 다른 대기업 사업장에서도 대기업이 사내하청 근로자를 직접 채용하는 등의 변화가 잇따를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편, 삼성이 지난 1938년 창사 이래 무려 80년 간 고수해왔던 ‘무(無)노조’ 경영 원칙도 사실상 포기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활동 보장’을 명시적으로 강조함에 따라 다른 관계사에도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삼성 계열사 가운데 현재 노조가 있거나 과거에 존재했던 곳은 삼성생명·증권·화재·카드 등 금융계열사와 삼성메디슨, 삼성SDI, 에스원, 삼성물산, 호텔신라,삼성엔지니어링 등 10곳 정도로 파악된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최근 몇 년간 협력사 직원들의 처우 개선을 주장해온 노조의 요구를 전격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라며 “사회 갈등을 유발하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있어 좋은 선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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