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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한 회계수장 선거]커진 영향력·정관계 진출 발판…경쟁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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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오 기자I 2020.06.09 01: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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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회계사회 회장 선거에 '역대 최대' 5명 출사표
후보들, KTX 타고 지방 유세…국회의원 선거급 열기
첫 온라인 투표에 청년 등 '침묵하던 다수' 표심 관건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차기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선거에 출마한 A후보는 요즘 고속열차(KTX)를 타고 지방 유세를 다닌다. 광주·대구·대전·전북 등 지역에서 일하는 회계사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전국을 발로 누비는 것이다. 지역 방문 일정이 없는 날엔 서울의 중소·중견 회계법인을 매일 3~4곳 이상 찾는다.

A후보 뿐 아니다. 지난달 중순 회계사회 부산 지회에는 회장 후보 5명이 일제히 방문했다. 후보들이 제각기 방문 일정을 문의하자 부산 지회에서 “이럴 바엔 다 같이 내려오라”고 해서다. 국회의원 선거를 방불케 하는 홍보전이다.

한 회계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 일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이번처럼 회장 선거 열기가 뜨거웠던 적이 없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국내 회계사 2만여 명을 대표하는 공인회계사회 신임 회장 선거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대형 회계법인의 최고경영자(CEO)와 전직 국회의원, 전 금융 당국 임원 등 역대 가장 많은 후보가 출사표를 던지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회계사 위상과 권한이 대폭 강화되며 회계사회 수장이 갖는 무게감은 과거와 확연히 달라졌다. 정의기억연대 논란 등 사회적으로 회계 투명성의 중요성이 커지며 회장 선거 결과가 사회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선거 출마비만 5000만원 달하는데…5명 무더기 출사표

이번 회계사회 회장에 출사표를 던진 이는 모두 5명이다. 기호 순서대로 채이배 20대 국회의원, 정민근 안진회계법인 부회장, 최종만 신한회계법인 대표, 김영식 삼일회계법인 대표, 황인태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 등이다.

이는 역대 가장 많은 수다. 과거엔 회장 선거 출마자가 많아야 3~4명에 불과했다. 후보가 1명뿐이어서 투표를 아예 하지 않은 적도 적지 않다.

이 같은 이례적 열기는 최근 회계 개혁 정책 시행으로 회계사 집단의 영향력이 커지고 회계사회 회장의 정치적 지위도 함께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공인회계사회 회장 자리는 공식적으로 ‘비상근 명예직’이다. 연봉 5000만원에 집무실과 기사, 판공비(업무 추진비) 정도를 지원받는다. 다른 전문직 단체 회장이 억대 연봉을 받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달 중 임기가 끝나는 현 최중경 회장은 연봉 3억원을 받았다. 회계사회가 지난 2015년 대우조선해양 분식 회계 사태 등을 겪으며 회장 연봉을 당초 무보수에서 한시적으로 3억원으로 올려서다. 기업이라는 ‘갑’ 앞에서 회계사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제도 개선을 추진할 힘 있는 인사를 유치하려는 취지였다.

최 회장은 MB(이명박)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1차관, 청와대 경제수석, 지식경제부 장관 등을 지낸 실세 경제 관료 출신이다. 그는 회계 개혁을 이끌며 ‘몸값’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회계사 위상 높아져…회장 경력 자산·긴 임기도 장점



신임 회장 후보들은 전임의 6분의 1 수준으로 내려간 연봉을 감수한 것도 모자라 선거 출마를 위해 연봉만큼의 기탁금을 추가로 회계사회에 냈다. 실제 투표에서 득표율이 10%를 넘지 못한 후보는 이 돈을 찾아갈 수 없다. 회장 선거 출마자의 기탁금은 원래 1000만원이었으나 올해부터 5000만원으로 올랐다.

후보들이 5000만원을 선뜻 내놓으면서까지 출마를 결정한 것은 회계사회 회장 자리가 당선자 개인에게 큰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단순 재임 중의 영향력을 넘어서 향후 정치권에 진출하거나 정부 요직에 오르는 발판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1976~1979년 회계사회 회장이었던 박찬종 전 의원은 9~14대 국회에서 5선을 지냈다.

회장 임기가 2년이지만 1회 연임이 관례처럼 자리 잡은 것도 장점이다. 1988년부터 최근까지 역대 회계사회 회장은 모두 연임을 했다. 실질적인 임기가 4년에 달하는 셈이다.

올해가 회계개혁 시행 원년…‘제도 연착륙·업계 상생’ 공통 공약

이번 선거가 특히 주목받는 것은 올해가 회계 개혁 제도 시행의 ‘원년’이어서다.

회계 개혁은 2017년 외부감사법 전부 개정에 따라 새롭게 도입된 정책 패키지를 말한다. 회계사회가 그간 가장 공들여 추진한 과제다.

법 개정에 따라 올해부터 회계법인 등으로부터 재무 감사를 받아야 하는 기업이 기존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확대됐다. 6년간 회계 감사인을 자유 선임한 상장회사는 금융 당국이 향후 3년간 감사인을 직접 지정한다.(주기적 지정제) 상장사는 소속 회계사 40명 이상 등 일정 요건을 갖춰 금융 당국에 등록한 회계법인만 감사할 수 있다.(감사인 등록제) 회계 감사를 할 때는 반드시 일정 시간 이상을 감사 업무에 투입해야 하고(표준 감사 시간제), 분식 회계 등 회계 부정 제재가 대폭 강화됐다.

이는 기업에 ‘을’이었던 회계사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기업 회계 감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조처다. 그러나 기업의 감사 비용 부담이 커지고 정부 등록 요건을 갖추지 못한 소규모 회계법인은 일감을 잃는 등 진통도 뒤따르고 있다. 회계 개혁의 연착륙이 업계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배경이다.

회장 후보자 5명 모두 ‘회계 개혁 정책의 정착과 제도 보완’, ‘대형·중견 회계법인과 소형 회계법인·감사반(회계사 3명 이상으로 이뤄진 소규모 감사 조직) 간 상생’을 공통 공약으로 내건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첫 전자투표 변수…공익법인 등 민간에 미칠 영향도 커



이번 선거는 오는 17일 회계사회 최초의 전자 투표 방식으로 진행한다. 지금까지는 현장에서 직접 투표했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처음으로 휴대전화와 컴퓨터를 활용한 온라인 투표를 시행하는 것이다.

한 회계사는 “이전에는 대형 회계법인 출신 후보자가 같은 법인 소속 회계사들을 투표에 동원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면서 “온라인 투표 도입으로 젊은 회계사와 중소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일반 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에서 일하는 비(非)전업 회계사 등 그동안 침묵해온 다수의 표심이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등록 회계사 2만1783명 중 약 64%(1만4015명)가 40세 이하 청년 회계사다. 비전업 회계사도 전체 회원의 3분의 1가량인 7500여 명에 이른다.

이번 선거 결과가 단순 회계업계를 넘어 민간 분야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다. 최근 아파트·유치원·비영리 공익법인 등 사회 각 분야의 회계 투명성 제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며 각 후보도 경쟁적으로 회계사의 역할 확대 방안을 공약으로 내놓아서다.

일례로 김영식 후보는 “아파트와 학교에 ‘감사 공영제’를 적용하기 위한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감사 공영제란 회계사회나 지방자치단체·정부 등이 아파트와 학교를 감사할 회계사를 직접 지정하는 방식이다. 회계 감사를 받는 기관이 감사인을 선택할 수 있는 기존 방식이 헐값 수임과 부실 감사 등을 초래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채이배 후보는 “국회와 지방의회 예산 심사에 회계사가 참여할 수 있게 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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