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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취임 전 탄핵정국 ‘데자뷰’…“美에 정책 일관성 설득해야”

김형욱 기자I 2024.12.11 05:00:00

또 리더십 공백 속 트럼프 변수 맞아
주요국 협상 속도경쟁서 뒤쳐질 우려
다양한 시나리오별 대응책 세웠으나,
국정 공백 해소 전까진 ‘약점’ 불가피
“마찰 요인 줄이고, 일관성 강조해야”

[이데일리 김형욱 김인경 기자] 계엄·탄핵 정국 속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한 달여 남짓 앞으로 다가오며 국정 공백에 통상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발 통상 정책에 초기 대응하기 쉽지 않으리라고 전망하고, 통상 당국이 미국 측에 정책 일관성을 강조할 때라고 제언했다.

◇8년 전에 이어 또 리더십 공백 ‘데자뷰’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앞둔 현 정국은 8년 전인 2016년 말 트럼프 1기 정부 출범 때와 흡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해 11월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고, 우리는 한 달 뒤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 돌입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관세를 무기 삼은 트럼프식 통상 압력에 초기 대응할 시점을 놓쳤다는 지적이 있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차기 문재인 정부는 다음해 5월 출범부터 트럼프 1기 정부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공세를 마주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올해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지 한 달도 안 된 이달 초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그에 따른 탄핵 추진으로 국정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내년 1월20일(현지시간)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하지만, 탄핵 정국이 지속할 경우 우리는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까지 꽤 오랜 시간 리더십 공백 상태를 겪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특히 상·하원까지 장악한 트럼프 2기 정부가 전 세계를 상대로 한 10~20% 보편 관세 등 더 강력한 압박을 예고하고 있어 트럼프 1기보다 더 철저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에서 맞는 공백이다.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여한구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1기 때의 정치적 격변기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며 “트럼프 2기 정부의 속도전을 따라가려면 초반에 잘 대응해야 하는데 리더십이 없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정상급 외교는 이미 ‘올스톱’ 상태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최근 방한 일정을 취소했고, 내달 방한 예정이던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첫 방한 일정 논의도 멈춰 섰다. 한·미 정상회담 시점도 현 시점에선 언제 열릴지 알 수 없다. 외교부 1차관을 지낸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내 정치적 상황이 정상화하기 전까지 국제사회에서 ‘시팅 덕’(Sitting-duck, 이용당하기 쉬운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측 가능성 커져…민·관 똘똘 뭉쳐 대응해야”

한편에서는 우리 정부·기업이 트럼프의 당선 자체를 예측 못 한 8년 전과 달리 트럼프와 그 통상 측근에 대한 어느 정도 네트워크를 갖췄다는 점은 다행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통상 당국은 앞선 한 달여간 이를 토대로 주요기업과 논의를 거쳐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정인교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0일에도 통상·국제관계 전문가 12명과 함께 트럼프식 ‘거래적 접근(transactional approach)’ 대응책을 논의했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0일 서울 무역안보관리원에서 통상·국제관계 전문가 간담회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 통상정책 대응 방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12명의 통상 전문가는 트럼프식 ‘거래적 접근(transactional approach)’에 대한 대비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진=산업부)
산업부 무역안보연구회에 참여 중인 류예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비상임이사(경상대 교수)는 “이미 무역수지 적자 같은 다양한 시나리오별 대응방안을 마련해놨다는 건 그나마 다행”이라며 “온라인플랫폼법 개정이나 미국산 감자 수입 규제 등 미국 측 우려 현안을 잘 관리한다면 이번 계엄·탄핵 사태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도 “여러 우려가 있지만 기획재정부와 산업부 등 정부의 경제 라인은 여전히 작동하는 중”이라며 “기업이 앞장서고 정부가 지원하는 ‘원 팀’ 체제를 공고히 한다면 올 연말과 내년 초 다가올 변수를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당국이 차기 유력 대권 주자의 정책 방향까지 고려해 미국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조기 퇴진이든 탄핵이든 차기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4~5개월의 리더십 부재는 불가피하다”며 “미국과의 대화 과정에서 야당의 유력 지도자가 평소 주장해 왔던 내용까지 고려해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이런 부분은 바뀌지 않는다’는 우리의 정책 일관성을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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