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태에서 빨리 고인의 핸드폰의 내용을 확인하고 조치할 수 없을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고인이 사용하던 SNS에도 부고 사실을 알리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를 통해 고인의 사이트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얻어야 한다. 그것이 가능한지도 궁금하다.
현재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회원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는 제3자에게 공개할 수 없다. 그래서 현재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외에 누구도 고인의 사이트에 접근할 수 없다. 피상속인이 사망시 보유하고 있는 모든 디지털 형태의 재산에 관한 권리의무를 ‘디지털 유산’이라고 한다. 디지털 유산은 우리 민법 제1005조에 따라 원칙적으로 상속인에게 사망하는 순간부터 당연히 상속된다.
그러나 디지털 유산의 유형은 매우 다양하고 혼합성을 가진 정보의 특성상 민법의 상속법 규정으로 해결할 수 없고, 현재 개별법의 규정도 없으니 쉽게 처리하기 어렵다. 통상 디지털 유산의 생성, 저장, 처리가 제3자인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영역에서 이뤄지고 있고, 개인정보보호 및 비밀 준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피상속인과 상속인간의 전통적인 상속법에 따르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래서 지금은 디지털 유산에 대해 막연히 상속인이 모든 권리의무를 상속한다고 보기 어렵다.
핸드폰에 있는 고인의 지인의 전화번호는 고인의 비밀번호나 암호를 해제하고 확인해야 한다. 만약 비밀번호나 암호 없이 바로 확인이 가능해 지인의 전화번호를 부고를 알리는데 사용한다면 법률적으로 문제 삼을 수 없다. 최근 반가운 소식이 있다. 상속인이 비밀번호를 알지 못하는 경우 핸드폰의 제조회사에게 비밀번호를 풀어달라고 요청하면 일부 정보를 알 수 있게 됐다.
2025년 1월 9일부터 핸드폰 제조회사인 삼성전자(005930), 애플 또는 카카오(035720)는 고인의 핸드폰에서 전화번호부에 등록된 자의 이름을 뺀 전화번호만 알려준다고 한다. 이를 통해 고인의 핸드폰에 있는 전화번호에 고인의 부고 사실을 상대방이 누구인지 모르고 일괄적으로 고지하는 것은 가능해졌다. 그러므로 상속인은 제조회사나 카카오에 연락해 고인의 상속인임을 증명하고, 전화번호를 파악해 부고사실을 알릴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부모님의 핸드폰의 설정에 들어가서 상속인을 지정할 수 있다. 삼성 핸드폰의 경우 ‘설정 - 삼성계정 - 보안 및 개인정보보호 - 디지털 유산 - 유산 관리자 추가 - 접근코드 발급’을 통해서, 애플 핸드폰은 ‘설정 - 로그인 및 보안 - 유산관리자 - 신뢰하는 사람 추가 - 접근 코드 발급’을 통해서 미리 상속인 지정이 가능하다.(삼성 핸드폰의 경우 내달 초 공식 출시하는 갤럭시S25에 이 기능을 우선 탑재하고 순차적으로 다른 모델에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미리 이러한 설정을 해 놓고 돌아가시면 바로 유산관리자로 지정된 사람이 고인의 핸드폰을 열어서 부고를 알릴 수 있다. 유산 관리자는 반드시 상속인이 아니어도 되고, 피상속인이 신뢰할만한 사람을 지정해도 되며, 5인까지도 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여러 사람을 지정해 놓은 것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는 좋은 방법이다.
추가적으로 디지털 유산에 대한 유언장 작성도 좋은 방법이다. 유언장에 본인이 관리하는 핸드폰이나 인터넷 사이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 암호 등을 모두 기재해 놓고, 사후 어떻게 처리해놔달라고 하면 유언장을 확인한 상속인들이 신속히 조치가 가능하다.
미국은 디지털 유산에 대해 2004년 엘스워스사건을 계기로 디지털 유산에 대한 법률이 주단위로 제정되다가, 2014년에 연방 차원에서 ‘디지털 유산에 관한 수탁자 접속 통일법’이 제정돼 현재 48개 주에서 실시되고 있다. 독일은 2018년 연방대법원에서 페이스북에 대한 계약상의 지위 자체가 상속인에게 당연히 승계된다고 하여 디지털 유산의 상속을 폭넓게 인정했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디지털 상속에 대한 법률이 아직 제정되지 않고 있다. 디지털 유산 중 인터넷 서비스 이용계약은 이용자가 자신의 사상과 감정을 다른 사람과 교류하는 경우이므로 재산적 성격보다는 인격적 성격이 강하다. 고인이 자신의 사상과 감정이 상속인을 포함한 제3자에게 알려지지 않는 것을 원할 수도 있다. 그래서 디지털 유산이라고 하더라도 그 성격에 따라 상속여부도 달라질 필요가 있으므로 새로운 입법이 시급히 필요한 때다.
■조용주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사법연수원 26기 △대전지법·인천지법·서울남부지법 판사 △대한변협 인가 부동산법·조세법 전문변호사 △안다상속연구소장 △법무법인 안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