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에서 의무지출의 절대적 증가와 상대적 비중 확대가 이처럼 동시에 급속히 진행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의 재량지출 여력을 제약해 성장 잠재력 확충이나 취약계층 지원 강화 등 각종 정책적 목적을 위한 재정 운용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인구 고령화와 국가채무 증가 등이 의무지출 수요를 걷잡을 수 없이 늘리고 있어 더 늦기 전에 대책을 세워야 할 상황이다.
이에 기재부가 팔을 걷고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재부는 지난 25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 올려 의결받은 ‘2026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 계획안 작성 지침’에서 이 문제를 언급했다. “인구구조 변화 등을 감안해 중장기 의무지출 소요를 점검하고, 구조개편 등 지속가능성 확보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기재부가 매년 이맘때마다 작성해 정부 각 부처에 보내는 이 지침에서 의무지출 구조개편을 주요 과제로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국회가 협조하지 않으면 정부가 아무리 나서도 소용이 없다. 의무지출을 포함해 재정 운용을 규율하는 법률의 제·개정 권한은 국회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의무지출의 주된 구성 항목 가운데 하나인 공적 연금 지원만 해도 연금 개혁을 위한 국회의 입법 없이 정부가 임의로 손댈 수 없다. 국회는 이제 겨우 국민연금 모수 조정에 관한 여야 간 합의를 도출했을 뿐 군인·공무원·사학 연금까지 포함한 공적 연금 전체의 개혁 논의는 첫발도 떼지 못했다. 학령 인구는 줄어드는데 과거 기준으로 재정에서 과잉 배분되고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개혁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수술을 위한 정치권의 협조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