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에 대한 과감한 도전이 실종되고, 비교적 쉽게 성공하는 해외 라이선스 공연에만 의존하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그는 “국내 프로듀서들이 해외에서 성공한 작품을 유치하기 위해 혈투를 벌이면서 로열티만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면서 “작품의 제작 과정을 들여다 보지 않고, 소위 ‘대박 났다’는 결과만 보고 작품을 가져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배우들의 역량으로 가능한 공연인지, 우리 무대 매커니즘에는 맞는지 전혀 고민이 없다”며 “우리 스스로 거품만 양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이돌 캐스팅에 대한 소신 발언도 이어졌다. 박 프로듀서는 “작품의 완성도는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돌을 캐스팅해 흥행만 성공하면 된다는 생각이 만연하다”면서 “이건 공연이 아니라 행사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이제 해외에서 생산한 뮤지컬의 판권을 사들여 국내에서 공연을 올리기만 해선 안 된다”며 “프로듀서들이 더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신시컴퍼니는 ‘시카고’, ‘빌리 엘리어트’, ‘맘마미아!’ 등 라이선스 뮤지컬 뿐 아니라, ‘산불’, ‘아리랑’ 등 창작뮤지컬, ‘해롤드와 모드’, ‘렛미인’ 등 연극도 꾸준히 무대에 올리고 있다.
1999년부터 2010년까지 신시컴퍼니 대표직을 맡았던 박 프로듀서는 2011년부터는 프로듀서 역할에만 전념하고 있다. 대표직에서 물러난 후 회의 한 번 주재한 적 없었던 그는 “며칠 전 후배들을 모아놓고 ‘40년 가까이 일했는데 대표작 하나 없어서 되겠느냐’며 새로운 창작 뮤지컬 제작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라도의 판소리, 경상도의 화회탈춤, 강원도의 단오굿을 버무리면 우리 전통문화의 결정체가 나올 것”이라면서 “5년 안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얘기했다.
제작비 100억원 이상이 드는 대형 공연을 올리면서도 절대 투자를 받지 않는 자신만의 철학도 소개했다. 박 프로듀서는 “뮤지컬을 전업으로 하는 배우를 써서 작품의 질을 높이는 것이 프로듀서의 역할인데, 투자를 받으면 그렇게 하지 못할 것 같다”면서 “투자자의 그늘, 우산 밑에 나약하게 서 있기 싫다”고 강조했다. 프로듀서로서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두 가지로는 새로운 인물의 발탁과 뮤지컬 전문배우의 기용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