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주체를 놓고 오락가락하고 있다. 1차 영장 집행에 실패한 뒤 관련 업무를 경찰에 일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가 경찰의 거부로 입장이 머쓱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 3일 체포영장 집행 당시 어설프게 대응했던 공수처가 뒤늦게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는 비난이 쏟아질 만하다. 당초 검찰 권한을 분산하기 위한 의도에서 숱한 정치적 논란과 반발 속에 태어난 공수처가 수사기관으로서의 한계와 역량 부족을 실토하며 망신을 자초한 셈이다.
법률적으로 공수처가 체포영장 집행 주체인 데도 그 지휘를 경찰에 넘기겠다는 것은 기본 인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다. 결국 두 기관이 협력해서 영장을 집행하기로 합의했지만 이미 영장 집행의 절차적 정당성이 상당 부분 꺾여버렸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공수처가 법원에 체포영장을 재청구했고, 경찰은 다음번 영장 집행 때 경호처가 또 막을 경우 체포하겠다며 경고하고 나섰지만 오히려 여론의 질타는 갈팡질팡하며 혼란을 키운 공수처를 향해 쏟아지고 있다.
공수처의 윤 대통령 수사를 놓고 보자면 공명심을 앞세운 측면이 크다. 계엄 사태가 터지고 탄핵 여론이 분출하자 공수처가 이 틈에 위상을 높일 요량으로 무턱대고 뛰어들었다는 얘기다. 공수처가 과거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관용차를 제공하면서까지 ‘황제 조사’를 벌였던 행적과 비교하면 수사권 여부 및 경호처와의 대치를 무릅쓰고 현직 대통령을 체포하겠다며 나선 것은 형평에도 어긋난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결집을 더 강하게 만드는 결과만 초래했다.
체포영장 자체의 문제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이 발부한 영장은 “군사상·공무상 비밀에 관한 장소나 물건은 책임자 승낙없이 압수·수색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 규정을 예외로 했지만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 측이 ‘불법 영장’이라며 이의신청을 제출하자 법원이 이를 기각하면서 적법성을 다시 확인했어도 불씨는 여전하다. 공수처가 정치적 편향성 지적을 받는 ‘우리법 연구회’ 출신의 판사가 재직 중인 곳을 콕 찍어 택한 것도 ‘판사 쇼핑’ 논란을 부를 만했다. 공수처는 사죄하고 정치권은 존폐 여부를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