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해서 설마 했는데"…판 뒤집은 화장품의 '대반전'

양지윤 기자I 2025.01.12 09:30:00

[글로벌 포커스]
화장품 아닌 생활용품 브랜드 일본서 급성장
정보과잉 시대 '절제' 전략 주효
'갓성비' 입소문·단순한 광고 전략 먹혀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화장품을 선택하는 데 지쳤다.”

신규 브랜드가 속속 등장하고, 수많은 브랜드가 각축전을 벌이는 화장품 업계의 경쟁은 한국 뿐만 아니라 일본도 마찬가지다. 최근 일본 시장에서는 정보 홍수의 반대급부로 절제를 표방한 한 화장품 브랜드가 조용히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심지어 화장품 제조사가 아닌 생활용품 브랜드의 제품이다. TV 광고에선 유명 배우도, 화려한 이미지도 보여주지 않는 평범한 제품이지만, 일명 품절대란템(인기가 많아 자주 동나는 제품)이 나올 만큼 인기 제품을 만든 이 회사의 성공 비결은 뭘까.

(사진=이데일리 DB)
일본 유통전문지 닛케이마케팅저널(닛케이MJ)은 “지난해(2024년) 가장 흥미로웠던 화두를 꼽자면, 무인양품 화장품의 약진”이라고 보도했다.

무인양품(無印良品·일본에서는 ‘무지’라 통칭)은 일본의 대표적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문자 그대로 ‘브랜드는 없지만 좋은 품질의 제품(No Brand, Good Product)’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지난 1997년 화장수 판매를 시작한 이 회사는 그동안 화장품 시장에서 크게 눈에 띄지 않다가 최근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 1년간 스킨케어 매출이 전년 대비 두 자릿 수대나 증가했고, 홈쇼핑 스킨케어 매출 상위권에도 수차례 이름을 올렸다.

닛케이MJ는 약진의 비결로 크게 세 가지를 꼽았다. 우선 ‘정보 과잉’ 시대에 피로감을 덜어주는 ‘절제’ 전략이다. 화장품에 대한 입소문과 피부 전문가, 인플루언서 등의 추천 등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소비자들이 “이 제품이 아니면 안 된다”며 기호성을 고집하기보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만족감을 추구하는 경향이 더 강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무인양품의 화장품 구매자 중 일부는 “선택에 지쳐서 무인양품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고 답변했다고 닛케이MJ는 전했다.

물론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입소문의 힘도 컸다. 무인양품은 매장 밖에서는 적극적으로 제품을 홍보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소비자들 사이에서 미백과 주름 개선 성분을 포함한 화장품이 2000엔(약 1만8500원) 이하의 ‘갓성비’(극강의 가성비) 제품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불티나게 팔렸다.

화려한 볼거리를 자랑하는 화장품 광고 속에서 상대적으로 투박한 TV 광고를 선보인 것도 성공 비결로 손꼽힌다. 특히 2023년 출시한 1900엔대 발효미용액의 경우 원료인 쌀겨를 카메라 앵글에 담았는데, 이미지 위주의 화장품 광고 속에서 오히려 신선한 이미지로 소비자들에게 각인됐다는 것이다.

닛케이MJ는 “무인양품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화장품은 새로운 고객을 개척하는 힘이 있다”며 “앞으로 어느 업체가 화장품 시장에 진입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짚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