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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참사 재발 막으려면…항공안전본부 부활하고 공항 전문가 양성해야"

박지애 기자I 2025.01.23 05:00:00

[만났습니다①]허희영 한국항공대 총장
“국제항공 전문인력 육성 시급…사조위 이관은 잘한 일”
둔덕, 버드스트라이크 등 원인 관련 논란 두고 “섣부른 추측 금물”
“다만 사고 키운 역할, 향후 철저한 관리 체계 갖춰야”

[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사고조사위원회의 독립성 보장뿐 아니라 항공 안전을 책임지고 전담하는 ‘항공안전본부’를 부활하고, 국제공항 전문가 등 항공 산업 전문 인력 육성에 더욱 힘을 쏟아 부어야 합니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허희영 항공대학교 총장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총장은 최근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한국항공대 총장실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우리나라 항공 안전 전반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항공 안전을 전담하고 진두지휘할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2008년 항공안전본부를 설치했다가 이듬해인 2009년 이를 정부 부처 내 항공정책실로 흡수했다”며 “15년 전과 달리 현재는 항공 산업이 2~3배는 커졌고 특히 항공 산업은 생명과 직결된 부분이기에 이를 책임지고 관리할 독립 기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빠르게 성장한 국내 항공 산업 규모에 걸맞은 글로벌 항공 전문가 양성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허 총장은 “이번 무안 참사 사태를 보면 공항의 규격, 안전기준 등을 두고 혼선을 빚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현재 공항에 대한 전문가가 없다고 봐야한다”며 “담당 공무원들도 순환 보직제로 2~3년마다 자리를 옮기는데 최소한 항공 분야 만큼은 정부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 순환 보직에서 예외로 해야한다”고 언급했다.

참사 관련 원인을 규명을 담당하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를 독립기구로 두려는 움직임에 대해 허 총장은 “미국의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와 같이 독립성 보장을 위해서 총리실 산하로 두려는 움직임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사조위가 국토부에 속해 있어 ‘셀프조사’ 논란이 일자 국토부는 사조위를 독립기구로 운영하고자 국무총리실로 이관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음은 허 총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오는 4월 정부는 항공안전혁신방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혁신 방안에 꼭 담겨야 할 내용이 있다면.

△인적 요인에 대한 부분을 강화해야 한다. 코로나 사태 이후 항공 정비업계에 종사하던 인력들이 정보기술(IT) 개발인력으로 대거 이동해 돌아오지 않고 있다. 또 항공 운항도 자율화돼 가는 만큼 비상상황에 대한 조종사들의 교육 강화도 동반돼야 한다. 국제 공항 전문가 양성도 시급한 상황이다.

-사고 원인에 대한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주요 원인과 개선해야 할 방향성은 무엇인가.

△참사 원인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사고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앞으로 예방을 위해 우선 버드스트라이크(조류충돌) 관리 강화, 응급 상황 발생 시 조종사의 대응능력 제고, 지상 장애물 등 잠재위험 요소의 사전 제거 등에 주안점을 두고 개선해 나아가야 함은 분명하다.

이 외에도 참사를 막기 위해선 애매모호한 공한 기준 규정들을 손봐야 한다. 이 규정들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기준을 기반으로 하되 시설물 현황을 먼저 파악해 우리나라가 ICAO 기준을 지킬 수 있는 상황인지부터 파악한 다음 현실에 맞게 국내 규정을 정비해야 할 것이다.

-방위각(둔덕)과 관련해 정부도 규정 위반 여부와 무관하게 안전성 측면에서 미흡했단 입장이다. 콘크리트 둔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현재의 상황에서 콘크리트 둔덕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말할 순 없다. 다만 사고를 키우는 역할을 했다고 볼 순 있다. 둔덕이 없다고 가정해도 항공기는 60m 전방으로 진행해 공항 담장에 충돌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다만 통계적으로 발생확률이 매우 희박한 이 사고를 통해 지상구조물의 위험성이 부각 된 만큼 근본적인 검토를 통해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포항, 광주, 여수 공항에도 무안공항과 유사한 둔덕 시설이 설치돼 있어 이를 모두 개선하겠다는 국토부의 방침은 바람직하다. 또 둔덕 형태의 시설정보를 항공 고시보에 추가해야 한다.

-사고 원인 중 하나로 조류충돌에 대한 의견도 나오고 있다. 애초에 조류 서식지에 무리하게 공항을 건설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는데.

△새가 다니지 않는 하늘은 없다. 무엇보다 세계적으로 모든 공항은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건설된다. 조류 서식지에 공항을 건설했을 경우 조류 퇴치 활동을 다른 공항보다 더 강도 높게 실시하면 된다. 이를 위해 조류의 이동, 위험시기 및 조류의 종류, 먹잇감 제거 작업 등을 철저하게 하고 조류 활동이 너무 활발해 안전을 보장할 수 없을 경우에는 운항을 일시 중지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국회가 ‘무안 제주 항공기 참사’ 특위를 가동키로 했다. 특위의 역할을 어떻게 보는가.

△사조위의 조사 활동을 위축시키거나 저해하지 않아야 한다. 특위는 조사 과정에 유가족을 참여시킨다고 했는데, 이는 전문성이 없는 특위와 유가족의 참여로 인해 조사를 지연시킬 우려가 있다. 사고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고 오로지 사고의 재발방지를 목적으로 해야 한다. 항공기 사고 조사는 전문성을 갖춘 기관이 국제 절차에 맞게 진행돼야 한다.

-블랙박스, 엔진 등 미국과 공동 조사를 진행하면서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자국 항공 제조사에 유리하게 해석하지 않을지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는데.

△전세계 전문가와 항공사는 물론 각국 정부가 지켜보는 상황에서 자국 항공 제조사에 유리하게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결론을 낼 수 없는 구조다. 세계 민항기 시장은 보잉사와 에어버스로 양분돼 있는데 치열한 경쟁시장에서 만일 잘못된 결론이 나온다면 누가 보잉기를 구매하겠는가. 1997년 대한항공 KE802편 사고 당시에도 미국령 괌이기에 똑같은 우려가 제기됐지만 국제기준에 따라 당시 사고조사 주제는 사고 발생국인 미국 NTSB가 되고 우리 정부가 참여하는 방식이었는데 당시 이의 제기는 없었다.

- 활주로 이탈방지시스템(EMAS)를 도입하거나 관제사를 더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EMAS는 활주로 말단에 부서지기 쉬운 재질을 활주로 표면에 깔아 항공기가 그 지역에 진입하면 부서지면서 항공기를 잡아주는 장치다. 미국의 소규모 공항 일부(약 70개)에 설치하고 있다. 이 장치를 활주로가 짧은 공항에 설치하는 것은 항공기의 오버런(활주로 이탈) 예방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전세계 공항 수에 비해 설치된 곳이 희박한 상황으로 보편화 된 시스템은 아니다. 관제사의 경우 무조건 늘리기보단 합리적 기준 설정이 선행돼야 한다. 숙련도 근무방식 등을 감안 해 적정 인원수를 산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적정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허희영 총장은…

△1980년 한국항공대 졸업 △서울대 경영학 석·박사 △항공경영학회 초대회장 △동중앙아시아학회 회장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경영평가단 위원 △한국문예위 자산운영 평가위원 △한국방송통신진흥원 자산운용 성과평가위원 △한국항공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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