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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통토크]① 이승엽 사장 "올해는 변화, 욕먹을 각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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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기자I 2016.04.11 06:17:00

세종문화회관 사장 인터뷰
취임 후 안정…체력 길렀으니 '변화'
공연일정 미리 구성, 관객과 공유
세종 브랜드 강화·9개 예술단 이미지 통일 숙제
'삼청각 갑질식사' 계기 혁신 나서
매주月 한 번씩 직원들에게 편지 써
온라인 사장실·직원과 핫라인 개설
네이밍 스폰서·기...

이승엽 사장은 하루 8할을 회사에서 보낸다. 보통 아침 7시께 출근해 저녁 공연이 시작한 30분 뒤인 저녁 8시께 집으로 나선다. 페이스북 글도 대부분 95% 회사 얘기라는 이 사장은 “저녁 첫 공연이 잘 시작하는 걸 확인한 후에야 습관적으로 퇴근하는 편이다. 마음이 그래야 편하다”며 “다만 직원들은 상사 눈치 없이 출퇴근하는 게 철칙”이라고 말했다(사진=김정욱 기자 luke98).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이승엽(55)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요즘 회사 직원들에게 직접 쓴 편지를 보내고 있다. 거창한 목적이 있었던 건 아니다. 부서 위주의 편협한 시선에서 벗어나 폭넓은 공통의 시야를 확보하고 형식에 구애 없이 협업·소통하자는 취지에서다. 올 연초부터 시작했다. 월요일 아침 9시, 매주 한 번꼴로 직원들에게 배달한 편지 수만 50여통. 소소한 일상 얘기부터 앞으로의 경영방향에 대한 동참을 이끌어내는 등 “앞으로도 계속 힘을 내달라”는 격려와 당부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2월 취임 후 첫 목표는 일단 체력부터 기르자는 것이었다. 아슬아슬해보인 탓이다. 안정이 필요했다. 포지티브 전략이라고 할까. 우선 활동량부터 늘리고 자존감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췄다.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그중 가장 큰 변화는 ‘따뜻한 시선’이라고 했다. 이 사장은 “체제와 콘텐츠가 확 바뀐 게 아닌데 현장 동업자들에게 ‘세종문화회관이 요즘 달라졌다’란 말을 자주 듣는다”며 “회사 안팎에서도 보는 각도와 태도가 많이 달라진 분위기”라고 말하며 웃었다.

올해 목표는 ‘변화’다. 첫 편지 내용도 ‘변화’였다는 이 사장은 “취임 이후 직원들에게 단 한 번도 쓰지 않은 단어가 ‘변화’란 말이었다. 이제 안정을 이룬 만큼 ‘경쟁력 있는’ 콘텐츠의 변화가 다음 순위다. 또 고객과 성과 중심으로 일하는 조직이 돼야 한다. 올바르게 일하는 조직이라면 성과와 실적도 뒤따르게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시종일관 차분하되 단호했다. “첫 편지를 쓰면서 올해는 욕먹는 해가 되자고 스스로 다짐했다. 마음을 다치는 사람도 있을 테고 100% 동의하지 않는 이도 있을 거다. 욕을 먹지 않으면 이번 프로젝트는 아마 실패할 거다.”

세종문회화관 중앙계단에 걸터 앉은 이승엽 사장이 환하게 웃고있다.
결국 콘텐츠의 힘…세종시즌제 첫 출발

변화의 첫 출발은 지난달 처음 도입한 ‘세종시즌제’다. 시즌제란 예술단체가 일정기간 공연을 미리 구성하고 관객과 공유하는 제도. 관객은 관람계획을 세울 수 있고 단체는 장기비전을 갖게 돼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세종문화회관은 내년 2월까지 1년간 서울시극단·서울오페라단·서울뮤지컬단 등 산하 9개 예술단체의 기획공연과 전시를 총 48건(463회) 선보인다. 이 사장은 “취임 후 내부상황을 파악한 후 지난해 5월부터 전략회의에 들어갔다. 시스템 보완과 프로그램의 디테일을 잡고 예산을 확정하는 데 8개월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9개 단체를 운영하다 보니 과제와 변수가 많지만 빠르게 안착하는 게 우선”이라며 “변수를 줄여나가다 보면 차츰 안정될 거다. 공공성와 예술 사이에서 시민의 요구에 맞는 콘텐츠로 승부해 임기까지 세종시즌제가 자리잡게 하겠다”고 귀띔했다. 이어 “다행인 건 한달여간 운영해 보니 패키지 종류가 너무 많고 세종문화회관에 원하는 시장의 요구도 읽힌다는 거다. 잘못된 부분을 찾아 바로 수정해 올 6월께 2017~2018 시즌제의 윤곽을 잡아가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9개 예술단이 통일성을 갖고 세종을 이미지화하는 것도 숙제다. “관객과 소통하지 않으면 어떤 비전과 전략도 의미가 없다. 세종문화회관 브랜드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시민이 가고 싶어하는 ‘문화공간’을 구축하려 한다. 예술성과 대중성을 두루 만족시켜 시민의 변화에 제대로 호응하겠다.”

‘삼청각 사건’ 전과 후…움직이는 현장사장실

취임 2년차. 위기도 있었다. 지난해 5월 메르스 악재에다 최근 이른바 ‘무전취식’ 삼청각 갑질사건이 터졌다. 삼청각 관리를 담당하는 세종문화회관 간부가 삼청각에서 660만원어치 식사를 하고 105만원만 결제한 것이 드러나 면직(해임) 처분을 받은 것이다. “하나하나 잘 쌓아
가던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개인의 잘못이 마치 세종 전체에 만연한 것처럼 보는 이들도 있더라. 안타까웠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기로 했다.”

이에 대한 안전장치로 이달부터 ‘세종 재생프로젝트’를 본격 시행 중이다. 우선 현장사장실 제도를 도입해 이 사장이 매주 1회 2~3시간씩 삼청각은 물론 북서울 꿈의숲아트센터 등 산하기관을 방문하기로 했다. 24시간 온라인 사장실도 운영한다. 사장에게 직접 보고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세종 대나무숲’을 활용할 수 있고, 홈페이지 내 CEO핫라인을 개설해 직원뿐 아니라 외부고객, 업체 등도 의견을 내고 고충상담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외부 전문가·퇴직 임직원 등 10명이 분기마다 1회씩 평가·자문하는 시민보안관 제도도 도입한다.

“삼청각은 내년 초 리모델링 작업에 들어가 7월쯤 다시 문을 열 계획이다. 현재처럼 비싼 음식 대신 한식문화체험관으로 운영하게 된다. 운영관리도 모두 민간에게 넘기는 걸 적극 검토 중이다. 일이 터진 후 일주일 만인 지난달 6일 앱을 만들었다. 익명게시판도 운영 중이다. 다시 생길 문제는 애초에 차단하는 게 중요하다.”

공기관 이미지 벗고 직접 뛴다

이 사장은 15년 전에 술을 끊었다. 일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자기 관리가 매우 철저하지만 직원들에게는 소탈하다. 간단한 보고는 카톡으로 받고 세종문화회관 페이스북에 ‘좋아요’를 가장 많이 누르고 재미있는 농담도 먼저 건넬 정도. 직원들은 다른 사장과는 다르다며 입을 모은다.

이 같은 이 사장의 긍정의 힘이 세종문화회관을 바꿔놓고 있다는 평가도 따른다. 세종문화회관은 올해 서울시로부터 받는 출연금을 증액했다. 부임 후 예산규모를 키우기 위해 노력한 결과물이다. 지난해에 비해 8%가 증가한 17억원 정도를 더 지원받게 됐다. 추가 확보한 33억원에서는 20억원을 들여 내년 9월 300석 규모의 블랙박스극장을 개관할 계획이다. 나머지 13억원은 청년 채용에 쓴다. 지난해 서울시뮤지컬단·서울시극단 등 5개 단체의 신입단원 11명을 선발해 4년 만에 젊은 피를 수혈한 바 있다. 자체 공연도 30% 수준으로 늘린다. 2014년에는 26%, 지난해에는 28% 정도였다.

이 사장은 “자체공연의 비중도 비중이지만 다양한 방식의 협업방식을 도입하려고 한다. 공동제작이 대표적”이라며 “협찬이나 기부금 강화를 위해 재원조성팀도 활성화했다. 지난해 11월 사업설명회가 그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성과도 있었다. 지난해 현대자동차의 후원으로 세종현대모터갤러리를 조성해 대극장 기둥에 미디어아트를 5년간 상영하기로 했다. 이외에 두산그룹, 크라운해태제과, 몽블랑코리아, 한국투자밸류자산, 재능교육, 아모레퍼시픽(헤라) 등으로부터 총 12억원의 협찬후원금을 받았다. 이 사장은 “올해는 더 좋은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개인적 인연은 한계가 있다”며 “서로 간의 이익을 부합해야 성과가 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포트폴리오와 세종브랜드 이름값을 높이는 일이 중요하다. 충무아트홀이 뮤지컬, 국립극장이 글로벌에 승부를 거는 것처럼 세종문화회관도 나름의 제4의 길을 찾는 중이다. 대극장만 빼고 파우더룸, 귀빈실, 객석 등 네이밍스폰서도 적극 유치할 생각이다. 이를 위해선 이미지와 콘텐츠 경쟁력이 필수조건이다. 뚝심 있게 밀고 나가겠다.”

△이승엽 사장은

1961년 경남 사천 출생. 1983년 서울대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 예술의전당 공연장운영부장, 하이서울페스티벌 예술감독 등을 지냈다. 특히 예술의전당에선 14년 동안 공연기획·제작, 운영팀장, 경영지원팀장으로, 또 취임 전까진 한국예술경영학회장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학과 예술경영전공교수 등을 지내며 현장감각과 이론을 동시에 갖췄다. 덕분에 지난해 세종문화회관 사장에 임명됐을 때 공연계는 ‘전문성과 실무능력을 갖춘 적임자’라는 반응을 보였다.

(사진=김정욱기자 luke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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