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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산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5797억원의 세전이익이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반도체는 주로 국내 생산이 많고 해외에 수출할 때 달러화로 받으니, 환율이 오르면 원화로 환산한 이익은 더 증가할 여지가 있다. 반도체 외에 스마트폰, TV 사업 등을 함께 하는 삼성전자도 상황은 비슷하다. 가전이 주력인 LG전자는 환율 10% 상승 시 817억원의 세전이익이 추가 발생으로 집계했다.
다만 이는 환율이 예측 가능한 범위일 때 통하는 얘기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37.0원에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이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본 적이 없는 1500원 레벨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재계 한 고위인사는 “기업들은 환 헤지를 위한 통화선도(Currency Forward) 계약 등을 충분하게 해놓고 있다”면서도 “환율 폭등은 해외 투자자들 입장에서 한국 경제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가 될 수 있어 그 이후 충격파는 예상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나마 반도체와 전자는 사정이 낫다. 미국 현지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배터리업계는 충격파가 클 전망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원화로 환산한 공장 신·증설 투자액이 급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를테면 LG에너지솔루션은 환율 10%가 오를 때 세전손실이 2389억원일 것으로 추산했다. SK온도 환율이 5% 상승시 176억원가량 손실이 있을 것으로 봤다.
환율 예측력과 대응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계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처럼 환 헤지 상품 등을 통한 대응보다 원가 절감 같은 방식부터 추진하는 게 냉정한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