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서 문 전 의장은 “위기는 또 다른 기회라고 강조했다. 국민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으로 ‘플러스 정치’가 구현된다면 한국인의 저력이 크게 발휘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런 희망을 우리 시대 청년과 여성에서 발견했다고 문 전 의장은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집회를 주도했던 이들은 K팝 문화를 앞세워 전과 다른 시위 문화를 보여주고 있다. 외신들의 관심을 끌 정도였다. 문 전 의장은 “대한민국이 전 세계를 앞서가는 리딩 국가가 되는 데 있어 그 역할을 충분히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서 문 전 의장은 혹평을 쏟아냈다. 그는 최근 한국이 겪고 있는 민주주의 위기의 책임을 윤 대통령도 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그가 ‘모두를 적으로 돌리는 뺄셈의 정치’를 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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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다. 그러나 기회로도 볼 수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위기가 닥치면 세 가지 신념을 믿으라고 했다. 첫째가 ‘국민을 믿어라’, 둘째가 ‘역사를 믿어라’이다. 세번째는 ‘하나님을 믿어라’이다. ‘역사와 국민, 하나님을 믿고 판단하면 된다’라는 의미다.
이럴 때일수록 주저앉으면 안된다. ‘어떻게 하면 더 좋게 만들 방법이 없나’ 끊임없이 모색해야 한다. 리더십의 본질이자 정치의 본령이다.
-지금 한국 정치가 위기를 맞게 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문제의 핵심을 살펴봐야 한다. 답은 간단하다. ‘민주주의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간단한 원리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간단해 잊고 있었을 것이다. 정치의 복원과 회복을 위해서는 꼭 다시 살려야 하는 기본 원리다.
-민주주의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대화와 타협이 출발점이다. 또 상대방을 인정하는 게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상대를 적으로 여기는 순간 동물농장이 된다. ‘같이 살아야 한다’라는 마인드가 그래서 중요하다. 따라서 상대방을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 이런 민주주의를 요약한다면 ‘어그리 투 디스어그리(agree to disagree)’다.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전제로 대화와 타협을 시작하는 게 민주주의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경청이 중요하다. 민주주의의 요체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 ‘내가 더 양보해야지’라는 생각으로 상대방을 대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한국 정치에서 여와 야는 서로가 서로를 적으로 본다. 군사문화의 잔재라고도 보는데, 나쁜 정치의 전형이다.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산다’라는 생각을 언제까지 해야 하나. 전형적인 약육강식에 승자독식의 모습이다.
-앞서 언급한 정치의 본령은 무엇인지?
△간단하게 말할 수 있다. ‘배고픈 사람은 밥 먹이고, 시린 사람의 등은 따습게 하는 것, 억울한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다. 이게 정치의 본령이다. 또 국민이 주인인 것을 잊지 않는 것이다. 이를 군주민수(君舟民水, 임금은 배 백성은 물)로 비유할 수 있다. 물이 잔잔할 때 배는 안정적으로 떠 있을 수 있지만 언제든 물에 의해 뒤집혀 질 수 있다.
-지금 대통령은 국회에서 탄핵을 당했다. 조기대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데, 대통령이 갖춰야할 덕목은?
△대통령은 두 가지를 잘해야 한다. 하나는 통합이다. 또 다른 하나는 경영이다. 경영을 하는 데 있어 ‘유능하다’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특히 경제와 안보에 있어서 ‘유능하다’라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통합은 다른 말로 신뢰라고 풀이할 수 있다. 대통령은 국민 전체를 아우를 수 있도록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 신뢰로 다른 사람을 챙기고 하나가 되어가는 ‘플러스의 정치’다. 하나로 통합됐을 때 국민들의 저력도 크게 발휘된다.
-지금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앞서 말했던 것과 반대로 갔다. 갈라놓고 때리면서 상대를 적이라고 한다. ‘전 정권 탓’, ‘국회 탓’, ‘야당 탓’, ‘언론 탓’을 하곤 했다. 이것은 통합의 정치가 아니다. (상대를 적으로 돌리는) 뺄셈의 정치다. 결국에 와서는 혼자 남지 않았나.
그가 보였던 여러 모습도 ‘정치’라고 볼 수 없다. 역대 대통령들과 비교해도 그렇다. 야당을 무시했고 단 한번도 (야당 대표를) 만나지 않았다. 이런 대통령이 또 있었나?
또 윤 대통령이 책임진 게 있었나? 말로는 ‘벅 스톱 히어(The buck stops here,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면서 써 붙여 놓았다. 그런데 지킨 게 없다.
자신의 생각을 국회가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 야당은 반대하고, 견제하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과 대화하면서 설득하려고 했어야 했다. 국회 통과가 힘든 법안도 되게 하는 게 대통령의 역할이고 책임이다. 이게 안 되니 정치 복원, 민주주의 복원이 힘들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이 제 몫을 잘 해줘야 민주주의도 잘 작동된다.
-외교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제일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은 국익이다. 국가에 이익이 있다면 어떤 수모도 견뎌야 한다. 백성을 먹여 살려야 하니까. 안보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자유 우방 외교’ 등을 외치면서 실제 얻은 것이 무엇인가. 하나도 없지 않나? 일본한테는 가져다 주기 바빴다. 미국에는 빼앗기기 바빴다. 러시아와 중국과의 관계는 악화만 됐다. 뭐 하자는 것인지 도통 모르겠다.
냉정하게 우리 현실을 봐야 한다. 한반도는 백 년 전에도, 백 년 후에도 4대 강국에 둘러싸여 있을 것이다. 숙명이다. 한미동맹, 한미일 공조관계가 제일 중요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를 적으로 만들면 안 된다. 반드시 손해가 난다.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어느 게 우리 국익에 맞나 깊이 고뇌해야 한다. 하나를 내치고 다른 하나만 취하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 그건 바보나 하는 짓이다.
-이번 탄핵 집회 때 젊은 여성들의 비중이 높았다. 어떻게 보는지.
△괴테는 “전 세계는 결국 여성으로 간다”고 말했다. 인류 역사의 진보가 여성의 참여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그런 세상이 아름다운 세상이라고 믿는다.
한국의 여성, 청년들은 모두가 다 미래의 자산이다. 한국의 미래가 이들에 달렸다. 그리고 이들은 해낼 것이라고 본다. 대한민국 여성과 청년들 앞에 ‘팍스 코리아나’가 열릴 것이라고 믿는다. 전 세계를 이끄는 리딩국가가 되는 데 있어 그 역할을 충분히 할 것이다.